[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한국여자골프가 2006년 이후 19년 만에 세계랭킹 10위 내에 한 명도 들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세계 최강’ 타이틀을 완전히 내려놓는 상징적인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최근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의 선수는 11위에 오른 고진영이다. 지난주 9위였던 유해란이 12위로 밀려나면서 한국 선수가 ‘톱10’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현재 1위는 넬리 코다(미국)이며 이어 지노 티띠꾼(태국), 리디아 고(뉴질랜드), 릴리아 부(미국), 해나 그린(호주), 인뤄닝(중국), 후루에 아야카(일본), 로런 코글린(미국), 에인절 인(미국), 찰리 헐(잉글랜드) 순이다.
2006년 2월 창설된 여자골프 세계랭킹 제도에서 한국 선수가 10위 내에 한 명도 없었던 것은 같은 해 6월 2주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2006년 6월 당시엔 한희원이 11위에 오른 게 한국 선수 최고 순위였다.
한국여자골프는 이후 세계를 호령했다. 2010년 신지애를 시작으로 2013년 박인비, 2017년 유소연과 박성현, 2019년 고진영 등 5명이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매주 세계랭킹에서 한국 선수가 10위 내에 이름을 올린 것은 물론 세계 1위 선수도 한국이 가장 많은 5명을 배출했다.
2010년대 중후반은 한국여자골프가 가장 번성했던 시절로 꼽힌다. 한국 선수들은 2015년과 2017년, 2019년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최다 승수인 15승씩을 합작했다. 활약하던 선수들로는 박인비를 비롯해 유소연, 박성현, 전인지, 김세영, 김효주, 장하나, 양희영, 이미향, 고진영, ‘핫식스’ 이정은 등이 있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분위기가 급격히 전환됐다. 한국은 2020년 7승, 2021년 7승, 2022년 4승, 2023년 5승에 이어 지난해는 3승 합작에 그쳤다. 지난해 KLPGA 대상과 상금왕, 평균최저타수상을 석권한 윤이나가 올해 LPGA 투어에 뛰어들었지만 ‘장타자’라 선전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현재까지 5개 대회에서 컷탈락 1회를 비롯해 20위 이내에 든 경우가 1회(공동 16위)에 머물고 있다.
LPGA 신인왕 출신인 유해란과 고덕호 골프 해설위원 등을 대상으로 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이 부진하고 있는 원인은 해외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의 연습량과 열정, 집념 등을 수년 간 벤치마킹했고 그로 인해 세계 골프의 상향평준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태극낭자들은 25일(한국 시각) 미국 텍사스주 우들랜즈의 더 클럽 칼턴 우즈의 잭 니클라우스 시그니처 코스(파72·6911야드)에서 개막하는 LPGA 시즌 첫 메이저 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총상금 800만 달러)에서 명예회복을 노린다. 고진영, 유해란 등 17명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한국 선수의 최근 메이저 우승은 지난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양희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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