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육종연구실 연구팀이 원잠1호 종자 가능성 물질을 탐색하고 있다. 원자력연 제공
▲슈퍼푸드 '잠두' 방사선 육종으로 국산 1호 품종 '원잠 1호' 개발=잠두(faba bean)는 단백질, 비타민, 섬유질, 무기질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고 다이어트, 질병 예방, 면역력 향상 효과가 뛰어나 슈퍼푸드로 불린다.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능력 저하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물질 '도파민'의 전 단계인 전구체 'L-도파'가 다량 함유돼 차세대 건강기능식품 원료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 재배 환경에 적합한 품종이 없어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방사선육종연구실 권순재 박사팀이 방사선 육종을 통해 국내에서 재배할 수 있는 잠두 신품종 '원잠1호'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2014년 미국 농업연구청으로부터 잠두 유전자원 371점을 분양받아 신품종 개발에 나섰다. 이중 국내 기후에 잘 적응하고 벼와 콩 등과 윤작이 가능한 원품종을 선발했다. 감마선 조사, 계통육성·선발, 재배평가, 변이검정 등 방사선 육종 과정을 거쳐 원품종을 최종 선정해, 신품종 개발 착수 10년 만인 2024년 3월 품종보호출원을 신청했다. '원잠 1호'라고 이름을 붙인 이 품종은 월동율이 96%로 기존 품종(월동률 64%)보다 높아 우리나라의 추운 겨울과 토양 환경에서 안정적인 재배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
원잠1호
연구팀은 경희대와 공동으로 잠두잎을 활용한 조미료, 차 제조법, 육류 이취 제거법을 개발해 특허 출원하는 등 건강기능식품으로서 잠두 활용법도 제시했다. 향후 원잠 1호의 우수한 내한성 형질을 활용해 독일 라이프니츠연구소 산하 IPK연구소와 공동으로 내한성 관련 유전자 발굴을 추진하는 등 우수한 잠두 육종을 위한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다.
▲방사성원료의약품으로 국민 건강 제고=원자력연은 2024년 9월 12일 소아암 치료에 사용되는 캐리엠아이비지(I-131mIBG) 주사액과 같은 국가 필수 방사성의약품의 확대 생산과 안정적 공급을 목표로 하는 방사성의약품지원센터를 설립했다. 방사성의약품 산업의 안정적 발전과 품질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국내 첫 방사성의약품 통합전문 지원센터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의약품지원센터 개소식 모습
센터는 약사와 수의사, 연구원을 포함해 십 여명으로 구성돼 연구원 대전 본원에서 연구를 수행한다. 요오드화나트륨(I-131)과 같은 고품질 방사성원료의약품의 BGMP(원료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생산,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의 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술 지원, 동물용 방사성의약품(싸이로키티 등)에 대한 KVGMP(동물용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제조기술 지원, 수입 방사성의약품의 품질검사 지원, 국산화가 필요한 방사성의약품의 생산 기술 개발, 관련 인력 양성 등을 담당한다.
'KAERI 요오드화나트륨(I-131)액' 시제품
KAERI 요오드화나트륨(I-131)액' 제조를 위해 핫셀을 조작하는 모습. 원자력연 제공
원자력연 연구진의 방사성원료의약품 연구 성과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2024년 5월엔 국내 최초로 GMP를 적용한 'KAERI 요오드화나트륨'(I-131)액이 식품의약안전처의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국내 출시가 가능해졌다. 난치성 암치료를 위한 방사성의약품의 원료로 많이 사용되는 요오드화나트륨은 어린이에게 주로 발병하는 신경모세포종 등 희귀 소아암 치료제다. 연구원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공급하는 방사성의약품 캐리엠아비지(I-131 mIBG)의 주원료가 바로 I-131인데, 방사성원료의약품은 방사성의약품과 달리 GMP 적용 의무 대상이 아니라 이전까지 국내에서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사례가 없었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회사나 병원은 GMP가 적용된 I-131을 해외에서 비싸게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동위원소연구부 이소영 박사팀은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에서 생산되는 I-131액의 제품화 전 과정에 GMP 기준을 적용한 절차와 방법, 장비, 시설 등을 구축해 지난해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해 마침내 허가를 획득함으로써 제품 출시가 가능해졌다. 하나로의 I-131 생산 허가량인 연간 2000큐리(Ci)는 국내 I-131 사용 총량(2020년 기준 1537큐리)을 상회하는 것으로, 국내 수요 모두 충족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자력연 방사성의약품지원센터 연구진이 소아암 치료제인 캐리엠아이비지(I-131mlBG) 최적 공정값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원자력연 제공
▲방사성의약품 최적 공정 설계로 생산량 쑥=미국과 유럽에서는 의약품 제조 시 QbD(Quality by Design·설계 기반 품질고도화) 적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원자력연은 국내 최초로 방사성의약품 중 소아암 치료제인 캐리엠아이비지(I-131mIBG)에 QbD기법을 적용하고 2024년 11월 제조 공정 최적화에 성공했다.
공정 최적화로 기존 대비 생산 시간은 30분에서 5분으로 83% 단축되고 원료량 기준 생산성은 60%에서 67%로 증가됐다. 작업 시간이 단축된 만큼 작업자가 방사선에 노출되는 시간도 줄어 방사선 작업 종사자의 안전도 지킬 수 있다. 안전과 효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원자력연 방사성의약품지원센터는 방사성의약품에 대한 QbD를 지속적으로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 의료 환경에 필요한 다양한 방사성의약품의 품질 향상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정유미 책임기술원은 "QbD 적용으로 의약품의 품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호나자에게 안전한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방암 진단 '지르코늄-89' 아세안국가 첫 수출=원자력연원 첨단방사선연구소는 2024년 RFT-30 사이클로트론에서 생산한 지르코늄-89를 태국 원자력연구소(TINT)에 수출했다. 우리나라에서 자체 생산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지르코늄-89(Zr-89)가 처음으로 아세안국가 수출길에 오른 것이다.
TINT는 유방암세포를 찾아내는 유방암 진단제를 개발 중으로, 진단제에 지르코늄-89를 주입하면 체내에 퍼져 있는 유방암 위치를 정확히 확인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확인된 암세포를 방사선이나 약물 등으로 제거한 후 다시 진단제를 투여해 치료 경과를 확인할 수도 있다.
지르코늄-89(Zr-89) 포장내부 납용기와 포장외장 용기, 방사성동위원소 용액
원자력연 사이클로트론응용연구실 연구진
지르코늄-89는 체내 약물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영상용 방사성동위원소로, 반감기가 길어 의약품, 나노 바이오소재 등의 장기간 이동을 추적하는 데 뛰어나다. 주로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장치)에 쓰이며 종양, 면역연구 등 다방면에 활용된다. 이번 수출 물량은 3mCi(밀리퀴리, 0.5mL 용량)로 1회 사용량이지만 수백만 원에 해당한다. 소량 수출로 TINT의 유방암 진단제 개발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향후 실험이 끝나면 정기적으로 지르코늄-89를 태국에 공급할 계획이다.
원자력연은 2018년 지르코늄 89 생산기술 국산화에 성공해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세브란스 등 국내 연구기관과 병원에 연구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2022년엔 국내를 넘어 남아프리카공화국 원자력공사, 2023년 파키스탄 암병원에 수출하는 등 국산 동위원소 수출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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