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강상헌 기자] 향년 88세의 나이로 21일 오전(현지 시각)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축구를 사랑하는 성직자였다. 동시에 스포츠를 통한 평화와 연대의 가치를 자주 강조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산로렌소 구단 회원 자격을 교황 선출 이후에도 유지할 정도로 축구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교황은 “축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기라고 많은 이들이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축구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고(故) 디에고 마라도나를 비롯해 리오넬 메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잔루이지 부폰 같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을 바티칸에 종종 초청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교황은 선수들에게 “축구장에서 간간이 보이는 인종차별과 폭력적인 행위가 사라져야 할 것이다”라고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평화의 수단으로 봤다. 그는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당시 개막 축하 메시지를 전하면서 “월드컵이 인류 단합의 축제가 되길 바란다. 스포츠는 오락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선함을 장려하고 더 평화롭고 우애적인 사회를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통의 도구다”라고 밝혔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에는 “국가 간의 만남과 화합의 기회가 돼 민족 간의 형제애와 평화를 증진하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로마에 있는 스티디오 올림피코에서 ‘평화를 위한 축구 경기’를 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축구 경기를 통해 평화를 지지하는 단결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하고자 했다. 특히 이 경기에는 마라도나, 메시 등 스타 선수들은 물론 가톨릭, 불교, 개신교, 유대교, 힌두교, 이슬람교 등 각 종교와 문화를 대표하는 전·현직 선수들까지 나서 힘을 보태 그 의미를 더했다.
축구를 사랑했던 교황의 선종에 축구와 스포츠계는 깊은 애도를 표했다. 세리에 A(1부)를 비롯한 이탈리아의 전국 프로 리그는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경기를 교황 애도를 위해 연기했다.
이탈리아올림픽위원회는 이번 주 후반 모든 스포츠 경기 전 1분간 묵념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브리엘레 그라비나 이탈리아축구연맹 회장은 APTN에 “교황은 고통 앞에서 기독교적 배려와 위엄을 보여주는 훌륭한 본보기였으며 스포츠계, 특히 축구에 항상 신경을 썼다. 그는 항상 축구를 사랑하는 애호가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그분은 항상 축구에 대한 열정을 나누셨고, 우리 스포츠가 사회에서 맡고 있는 중요한 역할을 강조하셨다. 전 세계 축구계의 모든 기도가 그분과 함께한다”고 적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이날 추모사에서 “IOC는 위대한 친구이자 지지자를 잃었다. 그분의 난민을 향한 지지의 목소리는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최초의 난민팀을 창설하도록 영감을 주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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