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수민 기자] 이상기후가 전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르면서 국내 패션·유통업계도 비상등이 켜졌다.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와 함께 소비자 니즈까지 빠르게 변화하면서 계절별 실시간 대응 전략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백화점업계 봄철 의류·패션 판매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월 기준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패션 카테고리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0%대 증가율을 보였다. 남·여 패션, 유아·아동, 스포츠, 아웃도어 등 대부분 분야의 상품군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적으로 2~3월은 간절기 패션 등 봄옷 수요가 높은 시즌이다. 다만 올해는 예년보다 늦추위가 이어지고, 단기간에 기온이 큰 폭으로 오르는 등 날씨 변화가 극심해지면서 봄옷을 구매하려던 소비자들이 시기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 장기화 기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도 패션·의류 판매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업계 특성상 날씨에 막대한 영향을 받는 패션·유통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늦더위로 부진했던 겨울장사 이후 또 한번 고배를 마신 패션·유통업계는 최근 '길어진 여름' 이라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상품 출시 시점과 시즌 물량 조정을 유연하게 수정하거나 여름 상품 비중 및 시즌리스(seasonless) 상품을 대폭 확대하는 식이다.
대표적으로 헤지스와 같은 캐주얼 브랜드는 셔츠, 맨투맨, 청바지, 가디건 등 시즌리스 아이템을 확대하고 있으며, 골프웨어 및 스포츠 브랜드들은 냉감, 흡습, 속건 등의 기능성 소재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의류뿐만 아니라,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신발, 가방 등 액세서리 품목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여름 시즌을 겨냥한 수영복, 래시가드 등의 품목도 확장하고 있다.
또한 브랜드들은 실시간으로 고객 반응을 분석해 물량을 추가 생산하는 ‘반응 생산 프로세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 방식은 날씨와 소비자 니즈의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요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LF의 남성복 브랜드 '일꼬르소'는 반응 생산 방식을 통해 물량을 조정하고, 리오더 방식으로 재고를 최소화하며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다.
수입 브랜드들도 실시간 시장 상황에 맞춰 리오더를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LF가 수입판매하는 이자벨마랑의 경우, 한국 패션 시장의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일부 시즌 물량을 남겨두고 발주하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 소비자 공략을 위해 LF는 선주문 방식과 캠페인 프리 오픈 전략을 적극 활용하며, 트렌드를 선제적으로 분석해 제품을 조기 공개하는 ‘시즌 선점’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또한 길어진 여름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브랜드의 여름 상품 경쟁력 제고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여름 상품 비중을 늘리고 종류를 다양화하거나, 기능성과 실용성을 갖춘 여름 소재 활용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응할 수 있도록 레이어링 활용도 높은 아이템을 강화할 전략"이라고 말했다.
F&F는 간절기보다는 여름 아이템에 집중하고, 원단 경량화, 쿨링, UV 등 여름 기능성을 강화하고 있다. F&F 관계자는 "바람막이의 경우 기존 봄·가을이 주력 판매 시기였다면, 이제 여름까지 확장해 기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랜드월드 스파오는 여름철을 겨냥해 출시한 냉감상품인 '쿨 코튼 티셔츠'의 판매시기를 기존 2월 말∼3월 초에서 1월 말로 앞당겨 출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패션 및 유통기업들은 실시간으로 고객 반응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상품을 기획하는 식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기후 변화와 날씨 패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실시간 대응’이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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