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동일한 브랜드를 사용하지만 실질적인 지배구조는 전혀 다른 보험사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혼선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대기업 계열로 알려졌던 보험사들이 사모펀드 등에 매각되면서도 기존 브랜드명을 유지하면서, 위기 상황 시 책임 주체에 대한 오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들은 기존 대기업 계열 브랜드를 상표권 계약 또는 소수 지분 확보 형태로 유지하고 있어 실질 지배 주체와 간판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 푸본현대생명 등이 해당된다. MG손보는 사모펀드 JC파트너스가 최대주주(83%)이며, 새마을금고는 4.5%의 소수 지분을 보유한 채 연 15억원 상당의 상표권 계약을 통해 ‘MG’ 브랜드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가 77%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호텔롯데가 5% 지분을 통해 ‘롯데’ 브랜드 무상 사용을 허용했다. 푸본현대생명 역시 대만계 푸본생명이 최대주주지만, 현대커머셜·현대모비스가 16.5%를 보유하면서 ‘현대’ 간판을 유지 중이다.
신뢰를 파는 보험산업, ‘이름값’은 전략이자 딜레마
보험사 입장에서는 브랜드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고객 이탈 방지 전략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질 경영 주체를 혼동하게 만들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는 책임소재에 대한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MG손보의 경우, 최근 메리츠금융의 인수 철회로 청산 가능성까지 언급되며 가입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급여력비율(K-ICS)은 8%로 업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약 124만명의 가입자들은 계약 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MG새마을금고공제와의 혼동 사례가 대표적이다. MG공제는 행정안전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감독을 받는 공제회로, 생명공제 상품을 판매하며 손해보험사인 MG손보와는 조직형태·감독체계·상품 영역이 모두 다르다. 그럼에도 브랜드가 동일해 소비자들이 보험사 간 혼동에 따른 문의에 나서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MG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브랜드 유사성으로 인해 소비자 문의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두 조직은 자회사 관계가 아니다”라며 “손보에 대한 지분 또한 수년 전 손실 처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롯데손보와 푸본현대생명 역시 외관상 대기업 계열사로 인식되는 사례가 여전하다. 브랜드명뿐 아니라 서체와 색상, 광고 스타일까지 유사성을 유지하고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일 계열사로 오인할 여지가 크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배구조에 대한 정확한 안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보험사 관계자는 “브랜드 사용료까지 내며 이를 유지하려는 회사 입장에서는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며 “설계사를 포함해 영업 현장에서는 계약을 성사시켜야 하는데 막상 특정 회사와 무관하다는 언급을 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는 알고 선택하고 있나…“정보 비대칭 없애야”
보험사들이 브랜드 유지를 위해 상표권 계약을 맺는 구조가 법적 문제는 없지만, 소비자 인식 차원에서는 명확한 안내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장기 상품인 보험의 특성상 소비자가 실질 경영 주체에 대한 정보를 인지하지 못할 경우, 향후 분쟁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둘러싼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문가는 상표권 사용 협의는 회사 간의 문제이며, 동일 회사로 인식되도록 오인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소비자가 브랜드만 보고 같은 회사로 오인해 가입하는 건 문제 소지가 있다. 사용료를 내고 브랜드를 쓰는 것과 소비자가 동일 회사로 인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라며 “금융당국은 브랜드 사용 시 정보 비대칭과 소비자 혼란을 줄일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하고, 보험사는 명확한 정보 제공 책임을 져야 한다. 계약서나 광고 등에 ‘해당 브랜드와 직접 관계 없음’을 명시해야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에서는 보험 상품이 장기 상품인 만큼 브랜드 파워에 치우친 선택보다는 공시된 타 지표들을 활용해 선택할 것을 당부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MG손보나 롯데손보, 푸본현대생명처럼 소수 지분을 보유하거나 브랜드 사용 계약을 맺은 형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공시된 대주주 현황을 소비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제도는 마련돼 있으며, 브랜드와 실제 경영 주체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도 인지하고 보험 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 사용이 불법은 아니지만, 보험은 장기 계약인 만큼 브랜드 이미지에만 의존하지 말고 해당 보험사의 재무 상태나 경영 성과 등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험사가 브랜드에 손해가 될 경우 사용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 통제도 이뤄지고 있다”고 부연 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