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모든 인간은 존엄하며, 지구는 우리의 공동 집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목회적 지향을 한 문장에 담은 이 말은 그의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2025년 4월 21일 오전 7시 35분,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 바티칸 시국의 교황청 관저인 '도무스 산타 마르타'에서 선종했다. 향년 88세. 제266대 교황으로서 지난 12년간 가톨릭 교회를 이끌며 '약자의 대변자'로 불렸던 그의 마지막은 평화롭고 차분했다.
교황청은 이날 오전 9시 45분, 카메를렌고인 케빈 패럴 추기경을 통해 교황의 선종 사실을 발표했다. 교황은 최근 몇 달 동안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4월 20일에는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휠체어를 타고 마지막 부활절 축복을 전했다.
◆ 변화와 포용의 길, 그가 걸어온 발자취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라틴 아메리카 출신 최초이자 예수회 출신 첫 교황으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2013년 3월 즉위 후 그는 교회의 권위주의적 이미지를 걷어내고, 난민, 빈곤, 성소수자, 기후위기 등 현대 사회의 핵심 문제에 연대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특히 2015년 발표한 회칙 '라우다토 시'는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며 "지구는 우리의 공동의 집"이라는 선언적 문구를 세계에 전파했고, 이는 종교계를 넘어 국제정치와 학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또 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 사건에 대해 "인종학살이었다"고 사과한 그의 발언은 교황청 역사상 이례적인 사과로 기록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보다 행동으로 기억될 인물이었다. 그는 이민자 아동의 발을 씻기며 겸손을 보여주었고, 시리아 난민 가족과의 동행을 멈추지 않았다. 아울러 교회가 '성스러운 제도'가 아니라 '상처 입은 사람들의 병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선종은 단순히 한 시대의 끝이 아닌, 가톨릭 내에서 변화와 연대의 신학이 어떻게 계승될지를 묻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이제 가톨릭계는 새로운 콘클라베(교황 선출회의)를 준비하게 되지만, '인간의 교황'으로 불렸던 그의 목소리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 교황 선종에 전세계 애도 물결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에 대한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반응도 즉시 이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교황의 "가난한 이들을 위한 목소리"였다고 애도했으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교황의 사망은 인류의 큰 손실"이라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또한, 유엔 사무총장 구테흐스는 교황의 사망을 "세계 평화와 인권을 위한 중요한 손실"로 평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에 대해 주요 외신들도 일제히 긴급 보도를 내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매체들은 특히 교황의 생전 메시지가 종교를 넘어 인류 전체에 던진 울림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BBC는 그를 "권위보다 공감과 포용을 중시한 리더십을 가진 가장 인간적인 교황"이라고 표현했다. 또 CNN은 교황의 개혁 의지를 강조하며 가톨릭 내부의 오래된 구조에 도전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 시대의 종언'이라는 타이틀로 애도를 표하며 사회 정의와 환경 보호를 외친 교황의 유산을 되짚었다. 바티칸 뉴스도 형제애와 연대의 목소리를 남긴 사목자의 평화로운 마지막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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