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울었습니다. '우린 왜 쫓겨나는 거냐'고 묻더군요. 대체 뭐라고 답해야 할까요?"
도봉구 쌍문동에서 초등학교 3학년과 6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의 목소리가 떨렸다. 지난 1월부터 도봉풋살연맹 소속 도봉구 대표팀으로 다락원 축구장에서 훈련해오던 유소년 풋살 선수 20여 명이 4월 말 갑작스럽게 훈련장을 잃은 채 방황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월 5일 국민대풋살대회에서 3학년부 준우승, 고학년부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낸 유망주들이다.
◇ "사설팀 아니냐"는 오명… 훈련장 잃은 대표팀의 현실
문제의 발단은 다락원 축구장 사용권 분쟁이다. 팀은 지난 1월부터 구장을 대관해 사용해왔으나, 4월 중순 다른 팀의 민원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출입이 금지됐다. 특히 해당 민원을 제기한 인물이 노원구 클럽팀 관계자이며, 도봉풋살연맹 상임이사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학부모들은 "도봉구 풋살연맹의 공식 대표팀이 왜 한 사무실 직원의 결정에 휘둘려야 하느냐"며 분노를 토로했다. 실제로 해당 직원은 이전부터 훈련 중 전기 차단, 지속적인 민원 제기 등으로 팀을 방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사설 운영"을 이유로 훈련 중단을 강요했지만, 학부모들은 "대표팀은 도봉구의 공식 인가를 받은 팀"이라며 반박했다.
◇ "물 한 병 지원 없어"… 연맹의 무책임한 운영 폭로
더 큰 문제는 도봉풋살연맹의 무관심이다. 팀은 그동안 구청이나 연맹으로부터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 홍보, 대회 등록, 구장 확보까지 모든 업무를 감독 한 사람이 떠맡아야 했고, 이에 "대표팀이 아니라 개인 클럽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들은 도봉구 대표라는 자부심으로 매일 훈련했지만, 정작 도봉구는 아이들을 외면했다"며 "이미 팀원의 3분의 1이 노원구·강북구 팀으로 떠났다"고 토로했다. 남은 아이들 역시 "언제 또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 "구청장님, 직접 나서주세요" 학부모들의 간절한 호소
학부모들은 도봉풋살연맹과의 간담회를 가졌지만, 회장은 "공식 입장 없이 말만 반복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결국 학부모들은 연맹에 대한 기대를 접고 도봉구청장과 체육회에 직접 민원을 제기하기로 결의했다.
이들은 ▲도봉구청장의 직접적인 개입 ▲다락원 축구장의 공식 대표팀 전용 구장 지정 ▲풋살연맹의 체계적 운영 촉구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특히 "더 이상 아이들이 어른들의 갈등에 희생되게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 사태는 지역 유소년 스포츠 육성 시스템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공식 대표팀이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행정 기관과 연맹의 책임 소재가 모호한 상황에서 아이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도봉구청 관계자는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있으며, 구장 사용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의 공약 중 하나인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실종된 셈이다.
기자는 훈련장을 잃은 아이들을 만났다. 한 아이는 "우승했을 때 다 함께 도봉구 깃발을 들고 사진 찍었는데, 그때가 생각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역의 유망주들이 구장 부족과 행정적 무관심으로 흩어지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도봉구 당국은 하루빨리 이 문제에 공식적으로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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