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6·3 대선을 앞두고 대선 경선이 한창인 국민의힘 안팎에 ‘극우’의 손길이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사저정치’를 본격화하고 윤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윤 어게인(Yoon Again)’ 신당 창당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반탄 집회를 주도했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민의힘 내에서도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극우’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내에서도 한동훈·안철수·유정복 경선 후보 등을 중심으로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고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변화로 이어지기 어려워 보인다.
尹, ‘윤 어게인’ 핵심과 회동…대선 영향력 행사 위한 ‘사저정치’ 신호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최근 서초동 사저에 자신의 이름을 건 신당 ‘윤 어게인’(Yoon Again)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핵심 인사와 회동 소식을 알리며 ‘사저정치’ 신호탄을 쏘았다. 사실상 6·3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호인이었던 김계리 변호사는 지난 19일 자신의 SNS에 윤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사진에는 배의철 변호사도 등장한다.
앞서 배 변호사는 18일 ‘윤 어게인’ 창당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윤 전 대통령의 만류와 국민의힘의 반발로 보류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변호사도 윤석열 신당 창당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지난 17일 오후 ‘윤어게인 신당 내외신 공보방’이라는 단체 대화방을 만들기도 했다.
이날 김 변호사는 사진을 공유하며 “내 손으로 뽑은 나의 첫 대통령. 윤버지(윤석열 아버지)”라고 썼다.
글 말미에는 ‘Be calm and strong’이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이 문구는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것으로 윤 전 대통령이 2020년 12월 검찰총장 시절 징계 국면 당시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로 처음 올린 뒤 2022년 대선에서 당선된 이후에도 계속 유지했던 문구다.
즉, 윤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이번 대선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에서 파면된 후 한남동 관저에 일주일간 머물면서 적극적인 ‘관저 정치’를 강행했다.
파면 당일인 지난 4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난 데 이어 다음날에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나 의원에게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6일에는 윤상현 의원과 만났으며 같은 날 자신의 지지자 모임인 국민변호인단을 통해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도 냈다. 윤 전 대통령은 “저는 대통령직에서 내려왔지만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며 “청년 여러분께서 용기를 잃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9일에는 극우 집회를 통해 탄핵을 반대하고 내란을 옹호하는 주장을 펼친 한국사 강사 전한길을 관저로 초대하기도 했다.
반탄 집회 전광훈 목사, 대선 출마 시사 “4·19 식으로 맞짱 떠서 尹 복귀시킬 것”
이런 가운데 반탄 집회를 이끌고 있는 전광훈 목사는 연이틀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전 목사는 19일 열린 ‘광화문 국민대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헌법재판소, 국회 등의 해체를 언급하며 “이 모든 것을 집행할 사람은 전광훈 목사 하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대통령 후보에 출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통일당 후보로 대선에 나가겠다”며 “8명의 국민의힘 예비 후보들이 광화문하고는 가까이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8명은 절대로 당선 안 시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자유통일당으로 모셔 오겠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20일 집회에서도 “4·19, 5·16 식으로, 혁명으로 맞짱 떠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통일 대통령으로 복귀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형사 재판이 무죄로 결론 날 경우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도 재심해야 한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해서 내가 대통령 후보로 (나가겠다고) 어제 선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실제로 전 목사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국민의힘에게는 큰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전 목사의 득표력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한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표가 나뉘면 당선 가능성이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전 목사가 참여한 자유통일당은 지난해 열린 22대 총선에서 2.26%를 득표한 바 있다.
‘극우’ 발언 넘치는 국힘 경선...강성 지지자에 구애 몸짓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국민의힘 경선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데 있다.
지난 20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해 “2시간 해프닝” “내란몰이 선동”이라는 극우 집회 주장이 그대로 되풀이됐다.
이날 한동훈 후보는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 하더라도 비상계엄은 불법이라고 봤고 그래서 앞장서서 막았다”며 “계엄은 반대하지만 경미한 과오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는 계엄 옹호”라고 말했다.
그러자 홍준표 후보는 “(비상 계엄은) 실질적으로 피해가 없었다. 2시간의 해프닝이었다”고 반박했다.
나경원 후보 역시 “한 후보가 내란 몰이 탄핵을 선동한 것 때문에 결국 이 지경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비상계엄이 내란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철우 후보도 “대통령이 무슨 내란이냐”라고 반박했다.
안철수 “나경원 김문수 홍준표, 전광훈당 가서 출마하라”
유정복 “윤 전 대통령 집으로 보내드려야” 김재섭 “파면당한 전임 대통령과 결별해야”
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대선을 치르려면 당이 윤 전 대통령과 결별을 하고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것이다.
안철수 경선 후보는 20일 자신의 SNS에 전 목사의 대선 출마 발언을 거론하면서 “헌법 질서를 부정하고 내란을 미화한 인물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일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보수의 정신을 뿌리째 뒤흔드는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탄핵 정국 당시 전광훈 목사와 보조를 맞추며 극우의 길을 함께했던 나경원, 김문수, 홍준표 세 분, 이제는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할 때”라며 “전광훈 목사의 출마에 동의하느냐. 아직도 그의 노선에 함께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침묵은 동조다. 모호함은 방조다. 만약 여전히 전광훈 목사의 생각을 따르고, 그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겠다면, 전광훈당으로 가서 경선을 치르라”고 직격했다.
또, 안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을 향해 “대한민국을 위해, 그리고 보수를 위해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 보수는 결단해야 한다. 극우와 결별할 것인가, 아니면 함께 침몰할 것인가”라고 썼다.
대선 경선에 출마한 유정복 후보도 16일 자신이 페이스북에 “일각에서 ‘윤 어게인’이라고 자위하며 과거 속에 살고 있는데, 언제까지 자해행위를 할 것이냐”며 “윤 전 대통령을 집으로 보내드리고, 이재명을 정치권에서 퇴출시키자”고 했다.
당 조직부총장인 김재섭 의원 역시 같은 날 “불덩이를 움켜쥐고 뜨겁다고 하는데, 방법은 간단하다. 불덩이를 손에서 내려놓으면 된다”며 “조기 대선에서 이기는 방법도 간단하다. 파면당한 전임 대통령과 결별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 “尹, 대선판 배후서 사저 정치…재구속해야” 박지원 “전광훈 출마 박수갈채”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경선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 냈다.
한민수 대변인은 20일 논평에서 “우려했던 대로 관저 정치에 이은 사저 정치가 본격화됐다”며 “대한민국의 주권자 국민을 배신한 행위로 대통령직에서 쫓겨난 윤석열은 여전히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파면당한 대통령이자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이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모습이 황당하다”며 “국민이 내란 수괴의 파렴치한 막장극을 언제까지 강제 시청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가 내란 우두머리에게 정치 재기를 꿈꾸게 했나. 일차적 책임은 구속을 취소한 재판부에 있다”며 “재판부는 지금이라도 직권으로 윤석열을 재구속하고 엄정한 재판으로 사법 정의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라”고 요구했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대통령후보 경선 토론회에 대해 “내란에 대한 반성도, 미래를 이끌어 갈 비전도, 조기 대선이 열리는 이유에 대한 사과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란수괴 윤석열을 배출한 한때의 여당으로 국정 혼란과 위기를 낳은 책임을 지고 사과부터 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이자 염치이지만 어떤 반성과 사과도 없었다”며 “오히려 한 후보자는 왜 자꾸 윤석열을 끌어들이냐고 되묻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을 놓고 경쟁해야할 국힘의 대선경선이 내란수괴 윤석열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며 “대선후보들이 탄핵된 내란수괴 윤석열과 누가 더 친했는지를 자랑할 양이면 차라리 서초동으로 가서 충성배틀이나 하라”고 직격했다.
한편, 전 목사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자 민주당 내에서는 환영 입장도 나오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 목사의 대선 출마 소식을 공유하며 “혼자 기뻐하기에는 너무 과한 욕심이라 판단, 전 국민께 공유하오니 박수갈채 바란다. 낭보 중의 낭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유통일당 당원 1호 윤석열! Yoon Again! 대통령 후보 전광훈”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대선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과 전 목사 등 비상계엄 옹호 세력들이 전면에 나설수록 민주당에게 유리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