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 사라져 더 아름답고 특별한 사진…아라리오뮤지엄 백정기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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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 사라져 더 아름답고 특별한 사진…아라리오뮤지엄 백정기展

연합뉴스 2025-04-21 07:01:01 신고

자연물 추출 색소·산소유입 차단장치 등 과학 접목

백정기, <is of 속리산 2024-4〉, 2025, 단풍잎에서 추출한 색소로 잉크젯 프린트, 에폭시 코팅, 아크릴 밀폐 챔버, 진공펌프, 산소제거장치, 투명호스, 스테인리스 구조물, 60x464x240(h)㎝[아라리오뮤지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백정기, <is of 속리산 2024-4〉, 2025, 단풍잎에서 추출한 색소로 잉크젯 프린트, 에폭시 코팅, 아크릴 밀폐 챔버, 진공펌프, 산소제거장치, 투명호스, 스테인리스 구조물, 60x464x240(h)㎝[아라리오뮤지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백정기는 사진, 조각 같은 전통적인 예술 매체에 과학적인 기술을 접목해 작업하는 작가다. 촛불의 열을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생성하는 전기 발전기를 달걀 부화기와 연결해 전시 기간 실제 병아리가 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유명한 인물 동상을 3차원(3D) 스캔으로 재현한 뒤 이를 송신용 안테나로 사용해 사운드를 라디오 전파로 송신하는 설치 작업도 선보였다.

서울 원서동 아라리오뮤지엄에서 열고 있는 개인전 '이즈 오브'(is of)에서도 역시 과학을 접목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전시 제목 '이즈 오브'는 작가가 2011년 시작해 지금껏 이어오는 사진 연작의 제목이기도 하다.

특정 장소의 자연 풍경을 사진으로 찍는다. 그리고 사진을 찍은 현장의 자연물을 채취하고 여기서 추출한 색소를 이용해 잉크젯 플로터로 사진을 출력한다. 단풍잎이나 코스모스 꽃잎 등에서 추출한 색소로 출력한 사진은 빠르게 색이 바래고 사라진다. 작가는 색이 사라지는 것을 늦추기 위해 사진을 에폭시로 코팅하고 산소 유입을 차단하는 상자(챔버)에 넣어 전시한다.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산화철로 변하는 철 솜(Steel wool)을 이용하거나 챔버에 질소를 주입하기도 한다. 아라리오뮤지엄 전시장에도 사진과 함께 산소 제거를 위한 기계 장치들이 설치됐다. 작가는 사진을 찍는 것부터 자연물에서 색소를 추출하는 것, 기계 장치 설계까지 직접 한다.

<is of 속리산 2024-4〉작품 뒷면 모습. 산소 유입을 막기 위한 기계 장치가 연결돼 있다,[아라리오뮤지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is of 속리산 2024-4〉작품 뒷면 모습. 산소 유입을 막기 위한 기계 장치가 연결돼 있다,[아라리오뮤지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보존 장치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전시장 초입에 전시된 'is of 내장산 2023-1'은 2023년 제작한 것으로, 에폭시로 코팅하지 않았고 지난해 6월 전시가 끝난 이후 산소차단 장치 없이 보관해 거의 바랜 듯한 희미한 이미지가 남아 있다.

여러 보존 장치를 두고 있지만 영원한 보존이 목표는 아니다. 보존 장치는 색이 사라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이다. 작가가 관심을 두는 것은 생성과 소멸, 변화 같은 것들이다.

is of 내장산 2023-1 전시 모습. 에폭시 코팅하지 않고 산소차단 장치 없이 보관해 색소가 많이 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아라리오뮤지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is of 내장산 2023-1 전시 모습. 에폭시 코팅하지 않고 산소차단 장치 없이 보관해 색소가 많이 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아라리오뮤지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17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계속해서 변하는 것이 작품의 기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것이 영원하다면 그만큼 그게 우리에게 중요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라지기 때문에 더 아름답고 우리 마음을 건드리는 거잖아요.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내는 사진, 디지털 사진들에서 어떤 오라(aura)를 느끼기는 힘듭니다. 사진 자체가 언제든 변할 수 있고 우리와 같이 늙어가고 있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 사진은 특별하게 되고 그 순간이 중요하게 돼요. 내가 이 사진을 만나고 있는 순간과 그 다음 만나는 순간이 또 달라지죠."

멀리서 바라본 속리산 풍경을 56개 이미지로 조각내 보여주는 작품과 접었다 펼 수 있는 제단화 형식으로 전시한 두물머리 풍경 사진 등 11점이 8월 10일까지 전시된다. 유료 관람.

백정기,〈is of 두물머리 2024-1〉, 2025, 단풍잎과 코스모스 꽃에서 추출한 색소로 잉크젯 프린트, 에폭시 코팅, 아크릴 밀폐 챔버, 산소제거장치, 99x71x16(d)㎝[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백정기,〈is of 두물머리 2024-1〉, 2025, 단풍잎과 코스모스 꽃에서 추출한 색소로 잉크젯 프린트, 에폭시 코팅, 아크릴 밀폐 챔버, 산소제거장치, 99x71x16(d)㎝[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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