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산불 한달] ③ "함께 이겨냅시다"…이재민 돕기, 너도나도 한마음(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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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산불 한달] ③ "함께 이겨냅시다"…이재민 돕기, 너도나도 한마음(끝)

연합뉴스 2025-04-21 06:02:03 신고

3줄요약

이재민, 임시거처서 오늘도 힘든 하루…터전 잃었지만 응원·격려 덕에 희망의 발걸음

자원봉사 연인원 1만7천명…"어르신들 보면 마음 아프고 짠해"

[※ 편집자 주 = 지난달 22일 의성을 시작으로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경북 북부 5개 시·군을 초토화한 '경북산불'이 발생한 지 한 달째를 맞았습니다. 이번 산불은 실화로 시작됐지만 피해 규모는 역대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산불 진화 헬기 조종사 1명을 포함, 모두 27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고 잿더미가 된 산림 면적도 9만9천289ha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연합뉴스는 산불 발생 한 달을 맞아 잿더미 속 이재민들의 아픔과 그 가운데서도 새로운 희망을 찾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 노력하는 모습 등을 담은 기획 기사 3편을 송고합니다.]

산불에 쑥대밭 된 마을 살펴보는 주민 산불에 쑥대밭 된 마을 살펴보는 주민

(영덕=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1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한 마을에서 마을 주민들이 산불에 쑥대밭이 된 주택과 교회 건물 등을 살펴보고 있다. 2025.4.1 psik@yna.co.kr

(안동=연합뉴스) 이승형 박세진 기자 =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불탔지만 그래도 용기 내서 다시 일어서야죠."

경북 산불이 발생한 지 한 달째를 맞는 21일.

이재민들은 여전히 경로당, 마을회관, 연수원, 모텔, 친척 집 등 임시 거처에서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고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생활 터전을 화마에 송두리째 빼앗긴 터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

그나마 전국에서 쇄도하는 도움의 손길과 답지하는 성금 등 응원과 격려 덕에 일상 회복에 대한 희망의 발걸음을 조금씩 내딛고 있다.

집과 농기계 등 모든 것이 불에 탔지만, 농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재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폐허가 된 마을 폐허가 된 마을

(의성=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1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구계2리에서 이장 류시국(62)씨가 산불로 초토화된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2025.4.16 sunhyung@yna.co.kr

산불 이후 지난 18일까지 피해 5개 시군에서 자원봉사를 한 연인원은 1만7천600명을 넘었다.

전국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은 주민 대피 초기에는 체육관 등 대규모 시설에서 급식을 지원하고 대부분 고령인 이재민들의 이동도 도왔다.

대피 기간이 길어지면서 고령인 이재민 건강관리에 적신호가 켜지자 병원 이동과 진료, 약품 제공도 이어졌다.

전국 27개 기관·단체에서 총 913명(의사 374명, 간호사 209명, 기타 330명)이 3천800명 이상의 이재민을 진료했다.

약 처방 2천819건과 X-ray 등 기본 검사 50건, 응급처치 및 상담 955건이 이뤄졌다.

대한약사회와 경북약사회가 운영한 봉사약국을 통해 소화제, 진통제 등 의약품 30종 8천800개를 제공했다.

이재민들이 한밤에 긴박하게 빠져나오면서 옷을 챙기지 못해 큰 불편을 겪는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의류 등 생필품 지원도 몰려들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이재민들이 체육관 등 대규모 단체 생활 시설에서 벗어나 경로당, 마을회관, 모텔, 연수원 등으로 옮긴 후에도 도움의 손길을 이어가고 있다.

구호 물품 정리와 이재민 보조, 의료 봉사, 세탁 봉사, 도시락 배식 지원 등을 도맡아 하며 이재민을 위로하고 있다.

권진숙(62세) 도산면 새마을부녀회장은 "지난 5일부터 부녀회원 18명이 3∼4명씩 돌아가면서 아침과 저녁으로 안동 인문정신연수원에서 식사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며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여기 계시다가 또 다른 곳으로 가셔야 할 텐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인문정신연수원에서 생활하는 이재민 권말자(84) 씨는 "남편이 거동이 불편해 지하에 있는 식당까지 가기 어렵다 보니 자원봉사자들이 도시락을 만들어서 방까지 갖다줬는데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한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권 씨는 미안해서 이제는 직접 식당으로 가서 포장해주는 것을 가져와서 먹는다고 했다.

이번 산불로 5개 시군에서 주택 4천457채가 불에 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소가 3천617채, 반소 386채, 부분 소실 454채다.

이재민은 3천501명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시군별로는 안동 1천141명, 청송 865명, 영덕 847명, 의성 507명, 영양 141명이다.

이재민 대피소 텐트 철거 이재민 대피소 텐트 철거

(영덕=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7일 경북 영덕군 영덕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산불 이재민 대피소에서 영덕군 관계자가 이재민이 쓰던 텐트를 치우고 있다.
영덕군은 이날 이재민 대다수가 공공시설이나 마을회관, 민영숙박시설 등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2025.4.7 sds123@yna.co.kr

또 농작물 2천62㏊(과수 1천911㏊), 시설하우스 1천397동, 축사 485동, 농기계 1만4천544㏊가 소실돼 영농철 농사에 어려움을 겪자 농작업 지원도 줄을 잇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불에 탄 농업 시설과 도구를 치우고 비닐하우스 등 시설 보수와 간단한 영농활동을 돕고 있다.

개인과 기업, 국내외 각종 기관·단체 등은 자원봉사뿐 아니라 성금 모금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해 산불 피해지역이 다시 활력을 되찾는 데 한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영남권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성금은 1천440억원을 넘어섰다.

경주에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병이 있어 생계가 어려운 노인이 산불 피해 주민들에게 써달라며 현금 10만3천830만원이 든 비닐봉지를 행정복지센터에 건네기도 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이 어르신은 그동안 골목길이나 재래시장을 돌며 폐지를 모아 조금씩 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부여군의 초등 2학년 학생은 자신이 모은 용돈 100만원이 담긴 돼지저금통을 깼고, 대구에 사는 70대 할머니는 11만3천원이 든 돼지 저금통 두 개와 현금 100만원이 든 봉투를 들고 고향에 힘을 보태고자 의성군청을 찾기도 했다.

산불 피해 지역에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큰 타격을 받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분위기도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산불 피해지역을 여행해달라고 호소하고 관광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자 크리에이터들이 SNS 등을 통해 안동 등 산불 피해지역으로 여행을 홍보하며 빠른 일상 회복을 응원하고 나섰다.

산불 피해 지자체 관계자는 "산불 피해 극복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고마운 뜻들이 모여 이재민들의 재기에 큰 힘이 되고 있다"며 "행정기관에서도 이재민들과 산불 피해지역이 다시 활기를 되찾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haru@yna.co.kr

psjp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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