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혜적 대응책 그쳐…강원, 군 단위 특수 장학사도 부재해 관리 공백
19년 차 특수교사 "교육의 질 좋아져야 장애 학생도 사회구성원으로 성장"
(양구=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일반교육 현장에서 교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교육 전문가가 아닌 자원봉사자를 붙여주면 과연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장애 학생의 교육적 지원에 비전문가가 투입되고 있는 게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모든 학생이 학습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여건이 개선됐으면 좋겠습니다."
특수교육 현장에서 특수교사들은 한 사람이 열 사람의 몫을 해내야 한다.
국어, 수학, 음악, 미술 등 교과목과 성·인권 교육은 물론이고, 턱없이 부족한 특수학급 운영비를 추가로 확보하거나 장애·비장애 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는 '통합학급'의 운영 자문까지 도맡아야 한다.
교사가 여러 '부캐'(부캐릭터)를 갖는다는 건 장애 학생들에게 교육의 연속성이나 안정감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다양성은 앗아간다. 아이들이 한 사람의 화법, 교수법,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강원 양구여고에서 만난 19년 차 특수교사 박봄나래 선생님은 특수교육 현장의 인력난과 예산 부족으로 인해 장애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선생님은 "중등 특수교육도 전공이 있다. 4년 내내 전공인 국어만 열심히 하고, 그 외에 특수교육은 어떤 방법으로 장애 학생들을 대해야 할지 배운 게 전부였다"며 "막상 현장에 나와보니 다 가르쳐야 했다. 어떤 때는 스스로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중도·중복 장애로 인해 통합학급에서 수업을 듣지 못하고 특수학급에서 교육받는 장애 학생은 상대적으로 교육의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며 "이를 해소하려면 외부 강사를 초빙해 교육해야 하는데 예산이 한정돼 있어 이조차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학교에 특수교사가 단 한 명뿐인 탓에 입시 위주로 돌아가는 빡빡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통합프로그램 등 일정을 조율하는 일 역시 오롯이 박 선생님의 몫이다.
단 한 시간도 통합교실에서 수업을 들을 수 없는 중증 장애 학생이 학급에 있는 경우 한시적 기간제 특수교사가 배치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강원도의 군 단위 지역은 가장 여건이 좋지 않은 학교에 1명만 배치되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불가능할 경우에는 하루 3시간에 한해 자원봉사자를 배치해주지만, 이들은 한시적 기간제 특수교사와 달리 특수교육을 전공한 인력이 아닌 탓에 학습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박 선생님은 "특수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투입돼야 교육의 질도 높아지고 학생들이 사회로 갔을 때 조직화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데, 비장애인의 시선에서 장애인들이 제대로 학습받지 못하는 데에 대해 크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과정의 연구·개발·실행 등 실무를 담당하는 장학사 역시 군 단위에서는 일반교육 장학사만 있을 뿐 일부 지역을 빼면 특수교육 장학사도 없어 특수교육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질의를 해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사람도 없는 실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탓에 지역 내 특수교사들은 학교 간 장벽을 허물고 '연합작전'을 펼치기도 한다. 장애 학생들은 다른 학교 또래와 만나 교류하고, 각 학교 역시 운영비를 모아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근본적으로 교사의 인력난이 해소되어야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도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양구여고에서 장애·비장애 학생 통합학급 담임을 맡고 있는 이경훈 선생님은 "'교육의 질은 곧 교사의 질'이라는 격언은 결국 인력 문제에서 비롯할 수밖에 없다"며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서로 어우러져 학습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통합학급 역시 학급당 학생 수가 적어야 교사가 격무에 시달리지 않고 개별적인 학생의 특성에 집중해 더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선생님도 "통합교육은 결국 장애 여부를 떠나 모두를 위한 다양성 교육"이라며 "학교는 학생들이 사회로 나아가기 전에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연습 장소다. 시행착오를 겪어도 친구들도, 선생님도 다 기다려줄 수 있고 피드백도 정확하다. 아이들이 충분히 연습하고 성장한 뒤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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