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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일본 청춘 로맨스의 전형을 답습하면서도,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은 그 틀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넘어선다.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드라마 시리즈의 10년 후 이야기를 담은 이번 극장판은 단순한 추억팔이에 머물지 않는다. 이 작품은 시간이 흐른 이후에도 남아 있는 감정, 그리고 장난이라는 언어를 통해 피어나는 사랑을 잔잔히 그려낸다.
일본 시코쿠 북단에 맞닿은 소도시마. 작은 섬마을 중학교에 ‘기묘한 단짝’이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장난을 치는 소녀 타카기와, 매번 그 장난을 고스란히 당하는 소년 니시카타. 니시카타는 반격을 다짐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타카기는 그 실패마저 즐긴다. 그렇게 ‘장난’은 둘 사이를 잇는 유일한 언어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타카기 가족은 섬을 떠나고, 니시카타는 마침내 장난에서 해방된다. 하지만 남은 것은 해방감보다 허무함이었다.
10년 후, 니시카타는 자신이 다닌 학교에서 체육 교사가 되어 있다.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지던 어느 날, 타카기가 ‘교육 실습생’으로 학교에 돌아온다. 미술을 전공한 그녀는 3주간 학교에 머물며 다시 니시카타와 재회하게 된다. 둘은 동창생 결혼식에 함께 가고, 방과 후 순찰을 돌며 마치 데이트하듯 함께 시간을 보낸다. 10년 전과 다르지 않게 타카기는 장난을 걸고, 니시카타는 웃으면서도 당한다. 하지만 이번엔 어딘가 다르다. 장난 사이사이로 묻어나는 감정이, 더는 숨기기 어려운 ‘진심’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이 특별한 이유는, '장난'을 사랑의 메타포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로맨스 영화가 직접적인 고백이나 사건으로 감정을 드러낸다면, 이 작품은 그 반대다. 장난은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의 언어’이자, 고백보다 더 솔직한 진심의 표현이다.
타카기의 장난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다. 그것은 관심의 표현이며, 상대와 연결되기 위한 방식이다. 니시카타 역시 처음에는 그 장난을 귀찮아하고 분노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장난이 없으면 허전함을 느낀다. 사랑이란 결국 서로의 리듬을 이해하고, 그 리듬 안에서 반응해주는 것이다. 타카기의 장난은 그 리듬을 만드는 리드이고, 니시카타의 반응은 그것을 받아주는 하모니다.
10년 후에도 타카기는 여전히 장난을 친다. 니시카타 역시 반격을 다짐하면서도 결국 받아들이고 웃게 된다. 이러한 감정의 반복은 ‘장난’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안에는 서툴고 꾸밈없는 사랑의 감정이 녹아 있다. 관계의 본질이란 어쩌면 ‘장난처럼 가볍지만 진심 어린 교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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