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정서적 제약에 숱한 차별…부모는 '노심초사'
장애 경계 허문 통합놀이터 생겼지만 전체 시설 0.04% 불과
(서울=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놀이터는 사람이 없는 곳 위주로 찾아요. 그래야 아이를 편하게 볼 수 있거든요."
경기 화성시에 사는 박선화(40)씨는 주말이면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막내아들 이승원(12)군과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매향리 야구장 놀이터를 찾는다.
집 앞 놀이터가 있지만 인적이 드문 장소여야 아들이 마음 편히 뛰어놀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집 앞 놀이터에서 잠깐 눈을 뗐는데 아이가 다른 친구의 물풍선을 밟아서 터뜨리거나 모래를 뿌려 사과한 적도 있다"며 "피해 주기 싫어 사람 많은 놀이터는 안 가게 되는 것 같다. 가더라도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 상황을 보고 30분 만에 돌아오기도 한다"고 했다.
이런 선택을 하기까진 숱한 차별의 경험이 작용했다.
시도 때도 없이 소리를 지르는 아들을 향해 놀이터에 있던 다른 아이들이 '쟤는 장애인이니까 내버려 두자'라고 말하는 것을 목격한 박씨는 "순간적으로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행동이 느린 아들이 암벽 기구에서 내려가길 주저하던 찰나, 뒤에 있던 다른 아이가 미는 바람에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적도 있다. 아들을 민 아이의 부모가 오히려 박씨에게 '아이를 똑바로 보라'며 불만을 제기해 입씨름도 해야 했다.
박씨의 아들 같은 발달장애 아동 외에도 지체장애, 시각·청각장애 등이 있는 아동들은 놀이터 이용에 많은 신체적·정서적 제약이 따른다.
휠체어를 탄 채로 놀이기구를 탈 수 없는 것은 물론, 점자 표지판이 없어 이용법을 알 수 없거나 놀이기구의 소리나 색상 등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등 다양한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런 문제 인식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고 비장애인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통합놀이터'를 만들고 있다. 서울시가 2022년 강동구에 연 '광나루 모두의 놀이터'가 대표적이다.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앞둔 18일 오후 이곳을 찾아가 보니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는 미끄럼틀이 눈에 띄었다.
그네는 다양한 신체 조건의 아이가 탈 수 있도록 넓은 매듭 형태의 의자로 설치됐고, 모래판 진입로는 이동이 불편한 아이도 접근할 수 있었다.
다만, 이런 시설은 전국적으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장애물없는생활환경 시민연대에 따르면 2023년 초 기준 전국 통합놀이터는 31곳으로 집계됐다. 행정안전부 관리 대상 놀이시설이 2023년 기준 8만1천여곳인 점을 고려할 때 약 0.04% 수준이다.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인 중 통합놀이터 수요층으로 볼 수 있는 영아∼초등학생이 약 6만명(2024년 교육부 특수교육통계)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통합놀이터에 대한 인식률이 낮은 점도 한계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아동권리보장원과 단국대의 연구에 따르면 장애아동 보호자 100명 중 통합놀이터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3%에 그쳤다.
실제 이날 광나루 모두의 놀이터에는 비장애인 아이 서너명만이 모래를 파헤치고 있었다.
일대를 순찰하던 한강보안관 박혜석씨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간혹 한두명 온다"면서도 "95% 이상은 비장애 아이들과 부모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통합놀이터를 단순히 신체장애인의 접근성이 좋은 공간이 아닌, 비장애인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경근 단국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학령기 장애 아동의 상당수는 발달장애 아동"이라며 "발달 장애인의 행동 특성을 고려해 체계적인 놀이 시설과 휴식 공간, 놀이터와 가까운 화장실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hyuns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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