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르면 내주 나란히 방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관세 협상에 나선다.
미국은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일본과 관세 협상에서 주일미군 경비 부담, 미국 자동차 판매, 무역적자 개선 등 3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한국과 협상에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협상 카드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방위비 문제는 관세 협상과 별도로 분리한다는 방침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이겨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日 협상단에 ‘주일미군 경비 부담·미국 자동차 판매·무역적자 개선’ 요구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은 1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관세 협상을 진행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협상에서 구체적인 결론은 도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협상 후 취재진에게 “미일 양국이 되도록 조기에 합의해 정상이 결과를 발표한다는 데에 의견이 일치했다”며 “다음 협의를 이달 중 실시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장관급뿐 아니라 실무 레벨에서도 협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서 환율과 안보 문제는 의제로 다뤄졌는가’라는 질문에 “환율은 나오지 않았다”고 답했으나 방위비 등 안보 관련 문제의 논의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전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을 만나 주일미군 경비 부담, 미국 자동차 판매, 무역적자 개선 등 3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리고 협상이 끝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큰 진전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주 이뤄질 한미 협상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영국, 호주, 인도, 일본 등 5개국을 최우선 협상 목표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상목·안덕근 투톱, 내주 방미.. 관세 협상 시작할 듯
정부는 최상목 부총리와 안덕근 장관 등 장관급 방미를 통해 관세 협상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 부총리는 내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측의 요청으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만나 양국 통상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일반적으로 금융·외환 관련 논의가 이뤄진다. 그러나 베선트 장관이 미국 통상정책의 키를 쥐고 있는 만큼, 최 부총리와의 회의에서도 상호관세 협상과 관련한 대화가 오갈 전망이다.
통상 수장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르면 다음 주 워싱턴DC를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관세 협상에 나서기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이다.
정부는 관세 협상과 방위비 등 안보 문제를 분리해 대응할 방침이지만 이번 일본의 사례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최 부총리와 안 장관을 따로 만나 ‘방위비’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일본은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양국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방위비 협상을 이미 타결했지만 일본은 아직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 부르며 여러차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거론한 만큼 ‘방위비’는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자국 해군력 강화를 위해 한국과 조선 산업 협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적극 활용해 이를 한미 관세 협상에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등도 향후 대미 통상 협상에서 한국에 유리한 협상 구도를 형성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민주당 “졸속협상 우려, 서두르면 안돼”...통상안보 TF 신설
최상목 “관세 협상 절대 서두르지 않아...새 정부가 최종 결정”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가 이끄는 정부는 졸속협상 우려가 있다며 만류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총리와 최 부총리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졸속으로 처리할까봐 노심초사하기에 이르렀다”며 “임기가 2달이 채 남지 않은 총리와 부총리는 차기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지, 무리하게 서둘러 협상을 진행할 가벼운 사안이 결코 아니고 책임을 질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같은 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 대행이 한미 관세 협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김 최고위원은 시위 현장에서 “한 대행은 관세 협상의 국익을 팔아 자기 장사를 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로 언론플레이를 한다. 노욕의 대통령병 중증”이라며 “대선 관리와 관세 협상 예비 협의에 전념할 거면 당장 불출마 선언을 하고, 출마할 거면 당장 대미 관세 협의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18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 문제 대응을 위한 ‘통상안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기로 했다.
TF 단장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지낸 김현종 전 당대표 특보단 외교안보보좌관이 임명됐다. 김 전 보좌관은 노무현 정부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주도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통상교섭본부장과 안보실 2차장을 지내 트럼프 1기 행정부와 긴밀히 교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미국과 관세협상과 관련해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16일 국회 법사위 기재부 장관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다만 상대방이 있는 것이고, 그쪽에서 요청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국익 차원에서 준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어차피 여기엔 새 정부가 들어서도 같이 일해야 하는 공직자들이 많이 있다”며 “그분들이 미국의 공직자들과 협의를 하게 되고 정보를 얻게 되고 신뢰를 얻게 되면 결국에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종적인 결정은 새 정부에서 하면 된다”면서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준비를 하는 것이 국익에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선 “관세 협상 새 정부가 하는 것이 순리”
조선일보도 17일 사설에서 트럼프 정부가 한국 등 5개 국가를 우선 협상국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최우선 협상국은 대부분 미국에 경제 안보 의존성이 높은 나라들”이라며 “트럼프는 이 나라들부터 협상을 유리하게 진행해 다른 나라에 대한 압박을 가하겠다는 계산일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미국은 지금 협상 상대국에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밝히지 않고 있다. 우리가 섣부르게 대응하다 필요 이상의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먼저 협상한다고 무조건 유리할 수는 없다. 타결을 서두르다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며 “협상은 시작하되 서둘러 타협하거나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매체는 “이번 관세 협상은 한미 FTA 등 경제·통상 구조를 바꾸고 국가 안보 틀도 흔들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면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6월 3일이면 끝난다. 50일도 남지 않은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하기는 무리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미국과의 협상 결과를 책임지고 실행해야 하는 것은 새 정부다. 따라서 미국과의 최종 협상 결과에 서명해야 하는 주체는 새 정부가 되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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