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이유를 잊은 '법' 이야기…도진기 소설집 '법의 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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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이유를 잊은 '법' 이야기…도진기 소설집 '법의 체면'

연합뉴스 2025-04-18 17:30: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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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판사 출신 현직 변호사 작가…"판사들한테 멱살 잡힐 글"

'법의 체면' 책 표지 이미지 '법의 체면' 책 표지 이미지

[황금가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법은 진실이 무엇인지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들에게는 법의 체면이 더 중요했던 겁니다."(소설 '법의 체면'에서)

주인공 변상일은 장물 취득으로 재판에 넘겨져 무죄를 주장하지만, 그에게 장물을 넘겼다는 남성의 증언이 확고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된다.

그런데 몇 달 전 벌어진 강도살인 현장에서 뒤늦게 발견된 지문 조각이 상일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확실한 증거에 상일은 또 한 번 재판에 넘겨진다.

상일은 이미 유죄가 확정된 장물 취득 사건의 범행 날짜와 강도살인 사건이 벌어진 날짜가 일치하는 점을 근거로 살인죄에 관해 무죄를 주장한다.

법원은 강력한 증거를 무시하고 상일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상일이 유죄라면 이미 대법원이 확정한 상일의 장물 취득 판결은 잘못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죄를 받아낸 상일은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 내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고백한다. 아울러 그는 법이 진실보다 체면을 더 중요시하는 현실에 실망감을 드러낸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인 도진기(58) 작가의 신작 소설집 '법의 체면'(황금가지) 표제작 내용이다.

작가는 표제작과 수록작 '완전범죄'에서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과 법률 사무에 종사하는 법조인들이 당초의 존재 이유를 잊은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완전범죄'는 젊은 여성 방미래의 사망을 둘러싼 수사와 재판을 다룬 법정소설이다.

방미래와 동거하던 여성 석지연은 미래가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도 구급차를 부르거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평소 미래에게 원한이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 과실치사가 아닌 살인죄로 기소된다.

재판 종반부에 이르러 검사는 미래가 지연에게 발견될 당시 이미 위중한 상태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다. 만약 검사가 밝힌 사실이 인정되면 판사는 지연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

그러나 판사는 이런 사실을 외면하고 지연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얼마 뒤 사적인 자리에서 판사를 만나게 된 검사는 판사가 사형을 선고한 배경에는 사건과 무관한 이유가 있었단 사실을 알게 된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두 작품에 관해 "법정과 인간을 여러 시선으로 보면서 느꼈던 바를 작품화한 것"이라며 "써 놓고 보니 판사들한테 멱살 잡힐 글"이라고 소개했다.

소설집에는 이밖에 한 여성이 자신의 살인죄를 털어놓는 '당신의 천국', 가상 꿈 체험을 통해 이상형인 여자와 교제하는 '애니', 물체 전송 기술을 개발해 살아있는 인간을 전송하려 시도하는 과학소설(SF) '컨트롤 엑스' 등이 수록됐다.

도진기는 20년 동안 판사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판사 시절인 2010년 단편소설 '선택'으로 데뷔해 그해 한국추리작가협회 미스터리 신인상과 2014년 한국추리문학대상을 받았다.

396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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