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의과대학 증원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한 가운데, 환자·수험생·시민단체 등 사회 각층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전날 교육부는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5058명에서 증원 전 규모인 3058명으로 확정했다.
당초 정부는 지난달 말까지 정상적인 수업이 가능할 정도로 의대생들이 복귀할 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조정하기로 했다. 이후 지난 16일 기준 40개 의대 수업 참여율이 평균 25.9%에 불과했음에도 이 같은 모집인원 조정을 발표했다.
이날 교육부는 “이번 모집인원 조정을 통해 모집인원 변동으로 인한 2026학년도 대학입시의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소하고 대학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의대교육 정상화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앞으로 지난해와 같은 학사 유연화 조치는 없으며 수업 불참에 대한 유급 적용 등 학칙에 따라 엄정하게 학사를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부총리 겸 교육부 이주호 장관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더 이상 의대생을 위한 특별한 조치를 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입시 일정, 추가 복귀 계기 마련 등을 위해 ‘모집인원 3058명’을 확정했다는 입장이지만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공이 이탈 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속에서 진료 차질을 겪은 환자들은 한목소리로 비판을 쏟아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 발표 당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포기한 날이자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시켜 준 상징적인 날”이라며 “이는 정부가 국민과 환자 앞에서 약속했던 의사인력 증원과 의료개혁의 근본적인 방향을 뒤집는 배신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규탄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지난 1년 이상을 교육부는 국민과 환자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이 의료계가 요구하는 조건만을 수용했다. 원칙도 없는 태도는 누구를 위한 정부냐”며 “교육부는 의대 정원과 관련한 모든 정책이 대국민을 상대로 사기였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이어 “교육부는 지난 1년 이상을 의료현장에서 환자들을 방치하면서 환자와 국민을 농락한 무책임한 책임자는 즉각 사퇴하고 교육부는 의대정원 원점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입시를 앞둔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와 내년 입시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데다 의대 경쟁 심화로 합격선이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연계 최상위권 지원 흐름 전반에 영향을 미쳐 입시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욱이 최상위권 학생들이 하향 지원할 경우, 도미노처럼 중위권 학생들의 일반대학 입시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종로학원은 “입시 불안정성이 커진다. 고3은 합격점수 상승 부담이, 고1, 2는 의대 정원 변수가 지속될 것”이라며 “의대 모집정원 축소, 고3 학생수 증가로 합격선은 전 지역에서 상승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25학년도, 2026학년도 특정학년에서 의대 입시 유불리는 매우 크게 발생할 것”이라며 “고3 수험생의 고2 때 발표된 의대 모집정원 확대 발표와 배치되는 상황으로 의대 입시예측 매우 어려워지고 자연계 상위권 일반학과 합격선 예측에도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의사를 제외한 병원 내 다른 보건의료직과 시민단체들 또한 이번 정부 조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이번 동결 발표는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법 통과와 사회적 논의 출발을 위한 노동조합, 시민사회, 환자단체, 국회 등 모든 사회 구성원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고통과 희생을 감내해 온 환자와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며 “의대 정원 동결이 2026년만으로 끝나겠나. 유급 등으로 인한 더블링, 트리플링의 교육 환경을 빌미로 동결은커녕 축소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키울 뿐이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논평을 발표해 “의대 증원 동결은 대국민 사기극이다. 정부가 의정 밀실 야합 자백하고 의료계에 백기투항하는 것”이라며 “의대증원을 비롯한 지역필수의료 강화는 국민 대다수가 지지한 정책이다. 이제는 의료도 공급자인 의료인보다는 수요자인 국민이 중심이라는 원칙과 방향을 바로 잡아야 의료기득권으로부터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이라며 증원 동결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의대증원 정책을 이끌어온 보건복지부 역시 이번 사안에 대한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전날 브리핑에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등 부처 인사들이 불참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의대 학사일정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여건을 감안한 조치라고 생각되나 올해 3월 초 발표한 내년 의대 모집인원 결정 원칙을 바꾸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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