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iPS 세포’로 마비 환자에 운동 기능 회복 확인
4명 중 2명 기능 개선…‘기적’이 아닌 ‘임상 결과’
[포인트경제] 일본의 연구진이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세포)를 활용해 척수손상으로 마비된 환자에게 일부 운동기능을 회복시킨 사례를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 임상에 참여한 4명 중 2명에게서 의미 있는 기능 개선이 나타났고, 중대한 부작용은 없었다. 일본 재생의학계는 “실용화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고 평가하며 후속 임상시험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번 연구는 게이오대학(慶応大学)을 중심으로 한 재생의료 연구팀이 수행했다. 연구팀은 사고 등으로 척수손상을 입고 손발을 움직일 수 없게 된 환자 4명을 대상으로, 각각의 환자에게 약 200만 개의 iPS 유래 신경전구세포를 손상 부위에 이식했다. 환자들은 모두 부상 발생 직후의 급성기를 지나 2~4주 정도가 지난 시점, 즉 염증이 가라앉고 상태가 안정되기 시작한 단계에서 치료를 받았다.
iPS세포를 이용한 척수 손상 치료로 증상 개선이 나타난 세계 최초의 케이스/NHK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이식 후 환자들은 1년간 표준적인 재활 치료를 병행했다. 그 결과, 고령 남성 환자 한 명은 아무런 지지 없이도 혼자 설 수 있을 정도로 개선됐고, 현재는 평행봉을 이용해 걷는 훈련을 시작한 상태다. 이 환자의 국제척수손상기능척도(ISNCSCI) 기준 점수는 최하 등급인 ‘A’에서 세 단계 상승한 ‘D’로 평가됐다. 또 다른 환자 한 명은 보조 장치를 이용해 스스로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으며, ‘A’에서 ‘C’로 두 단계 개선됐다.
반면, 나머지 두 명에게서는 등급상의 변화는 없었으나 일부 근력 향상이 관찰되었다. 특히 4명 모두 중대한 건강 피해는 보고되지 않아, iPS 세포의 척수손상 치료 적용에 있어 안전성이 확인된 점도 큰 의미로 평가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이처럼 중증의 척수손상 환자가 재활치료만으로 두 단계 이상 등급이 향상되는 경우는 약 10%에 불과하다. 따라서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iPS 세포 이식의 치료 효과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정한 수준의 안전성이 확인된 상태/마이니찌 신문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연구를 주도한 게이오대학 교수 오카노 히데유키(岡野 栄之)는 “세계 최초로 iPS 세포를 이용한 척수손상 치료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며 “그동안 성과가 없어 어려운 시간도 있었지만, 이번 결과는 안전성과 효과 측면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술은 아직 초기 단계로, 연구진은 앞으로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임상시험에 착수할 계획이다. 특히 손상 발생 후 시간이 많이 지난 만성기 환자까지 범위를 넓히고, 투여 세포의 수량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척수손상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난 환자나, 재활 치료와의 병용 효과에 대한 연구도 병행할 방침이다.
일본에서는 매년 약 5000명 이상이 새로이 척수손상을 입고 있으며, 전체 환자 수는 10만 명을 넘어선다. 이번 연구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중증 마비로 일상을 잃은 이들에게 ‘재활 이상의 치료’를 꿈꿀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이식된 세포 하나하나가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피워낼 날이 머지않았다는 희망도 커지고 있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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