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글로벌 상품 무역 전망을 급격히 하향 조정하며,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세계 무역과 경제 전반에 심각한 하방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가 4월 1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제네바에 본부를 둔 WTO는 이날 발표한 최신 ‘글로벌 무역 전망 및 통계’ 보고서에서 2025년 전 세계 상품 무역 증가율을 기존의 3.0%에서 -0.2%로 대폭 낮췄다. 이는 작년 10월 예측치보다 3.2%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사실상 ‘성장’에서 ‘감소’로 전환한 것이다.
WTO는 이러한 조정의 주요 원인으로 미국이 최근 단행한 고율 관세 조치와 관련된 정책 불확실성을 꼽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철강과 자동차 등 주요 수입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상호 관세'를 확대 시행했다. 그러나 이후 돌연 수십 개 국가에 대한 관세 부과를 철회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WTO 사무총장 응고지 오콘조 이웨알라는 “미국의 관세 조치가 세계 무역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며 “정책 불확실성은 특히 취약한 경제에 가장 큰 충격을 주며, 글로벌 경제 회복을 저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광범위한 관세 정책을 재개할 경우, 전 세계 상품 무역 증가율은 0.6%포인트 추가 하락하고, 간접적인 파급 효과로 인해 최대 0.8%포인트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2025년에는 전체 무역 감소폭이 최대 1.5%에 이를 수 있으며, 이는 2020년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최빈개도국들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지역별로는 북미 지역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북미의 수출이 12.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수출입 모두 1.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었고, 유럽 지역 역시 수출 1.0%, 수입 1.9%의 완만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WTO는 미중 무역 갈등의 여파로 중국이 북미 외 지역으로의 수출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수출은 4~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미국의 섬유, 의류, 전기 장비 등 산업에서 발생한 공백을 메우는 데 다른 국가들이 기회를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보고서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가져올 파급력을 다시 한 번 경고하고 있으며, 글로벌 무역 안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다자 협력의 중요성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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