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초단기 금융시장에서 리스크가 확산되고 있다. 긴축 기조의 장기화와 금리 변동성 확대가 맞물리면서 발행어음과 기업어음(CP) 시장에 유동성도 막히고 있다.
증권사별 유동성 관리 역량과 자산 건전성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체질에 따라 생존 여부가 결정되는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리스크 방어 ‘모범 답안’
한국투자증권은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유동성 비율 유지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 최소화 전략으로 시장 변동성에 강하다.
자체적인 유동성 통제 시스템과 선제적 신용 리스크 관리가 시장 불안정 속에서도 상대적 ‘안전지대’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다만 대체투자 자산군 쏠림은 중장기적으로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외부 충격에 대비한 자산 다변화와 사업 포트폴리오의 유연성 확보가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주요 증권사, 대응력 격차 드러나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로 기본적인 충격 방어력을 확보했지만, 국내 PF 익스포저 부담이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비우량 PF 대출 비중이 늘어난 점이 불안요소다.
NH투자증권은 금융지주 계열사의 자금 조달 기반을 바탕으로 유동성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PF 대출 급증이 향후 리스크 트리거가 될 수도 있다.
KB증권은 유동성과 자산 건전성 측면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외형 성장 정체로 수익성 개선 여력이 제한되면서, 장기 성장 동력 확보를 해야 한다.
신한투자증권은 단기 유동성 대응 역량은 우수하지만, 신사업 부문에 대한 내부 통제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삼성증권은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를 줄이며 안정성을 확보했지만, 낮은 수익성과 경쟁력 약화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특히 수수료 기반 비즈니스 모델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무너진 ‘초단기 상품 안전신화’
2022년 레고랜드 사태와 2024년 부동산 PF 부실 사태를 거치면서 초단기 금융상품이 무조건 안전하다는 신화는 완전히 깨졌다.
지방정부 보증에 대한 신뢰 붕괴와 부동산 경기 침체는 CP·발행어음 시장을 급속히 위축시키며, 발행사 체질에 따라 시장 신뢰와 자금 조달 여건이 극명하게 갈리는 양상을 초래했다.
전문가들은 “발행사의 유동성 비율, 부동산 PF 관련 익스포저, 신용등급 변동 추이를 상시 모니터링해야 한다”면서 “PF 대출 비중이 높은 기관은 시장 스트레스 상황에서 급격한 자금 경색에 직면할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초단기 금융시장 규제 강화
금융당국은 초단기 금융시장의 리스크 누적을 방지하기 위해 발행어음과 CP 관련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PF 자산 편입 제한, 발행사 유동성 비율 상향, 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 등이 주요 골자다.
당국은 “초단기 금융상품의 무분별한 발행은 실물경제 내 자금 흐름을 왜곡하고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며 선제적 리스크 억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통화에서 “규제 강화는 단기적으로 증권사들의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체질 개선과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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