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2.75% 유지…“경제 역성장 우려”

[사진=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기존 2.75%로 동결 결정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로 외환시장에 자본이 유출될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7일 2분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 동결은 무엇보다 환율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한 탓이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큰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로 미국과의 금리차가 커지면 외환 시장에 자본이 유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가계대출 증가 등 금융 불안, 추가경정예산 편성 시점 등 불확실성도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다음 달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에 내수 경기가 극도로 위축된 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인한 경기 하방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은도 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역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이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볼 때, 2월 전망 시나리오는 너무 낙관적”이라며 “전망치 영향을 더 크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2월 전망 당시 전제했던 시나리오가 너무 낙관적이었다”면서 “(1분기)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와 미국 관세 정책 우려로 인해 지난달 경제 심리가 위축됐고, 대형 산물, 일부 건설 현장의 공사 중단, 고성능 반도체 수요 이연 등의 요인이 겹쳐 1분기 성장률이 2월 전망한 0.2%를 밑돈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1분기 경기 부진과 최근 미국의 강도 높은 관세 조치까지 가세한 점을 감안할 때 2월 전망보다 국내 성장의 하방 리스크는 상당 폭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다음 주 국제통화기금이 새 전망을 하는데, 한국을 상당 폭 낮출 것”이라며 “미국 관세로 인해 세계적으로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이고, 세계무역기구의 교역 성장률 예상값도 양수가 아닌 음수로 발표될 정도”라고 우려했다.

또 “효과를 고려하지 않아도 1분기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생각보다 오래갔고 또 여러 기타 요인이 있어, 1분기 성장률은 상당 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