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복판이 꺼진다…싱크홀은 예고된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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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한복판이 꺼진다…싱크홀은 예고된 재난

데일리 포스트 2025-04-17 17:23: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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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서울 강동구 명일동. 평소와 다를 것 없던 도로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던 남성은 그대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부산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13일, 부산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 인근에서 지름 5미터의 땅이 꺼졌고, 다음 날엔 같은 장소에서 또 다른 싱크홀이 확인됐다. 서울 중랑구청 사거리, 압구정역 인근, 돌곶이역 부근에서도 지반이 가라앉았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서울 마포구 애오개역, 성북구 정릉천 산책로, 부산 사상구 등 도심 곳곳에서 반복되는 싱크홀은 더 이상 드문 사고가 아니다. 지하 공사, 노후 하수관, 약해진 지반이 맞물리면서 시민들은 "또 어디서 땅이 꺼질지 모르겠다"며 불안에 휩싸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고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우리 도시 인프라의 '지하 경고음'이라고 말한다. 도시가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지만, 그 전조는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 전 세계가 마주한 싱크홀, 경고는 이미 시작됐다

싱크홀은 전 세계 도시들이 공통으로 마주한 도시 하부의 위기다. 일본, 미국, 말레이시아, 중국 등지에서도 차량 추락이나 인명 피해로 이어진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25년 1월, 일본 사이타마현에서는 트럭이 도로 함몰에 빠졌고, 2024년 뉴욕 브루클린에서는 SUV 차량이 침하된 지반으로 추락했다. 같은 해 8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보행 중이던 여성이 8미터 깊이의 구멍으로 빨려들어가듯 실종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중국 류저우시에서는 2023년 9월, 대형 싱크홀로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이 역시 지하수 침식으로 약해진 지반 붕괴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들 사례는 도시 밀집 지역의 지하 인프라와 관리 체계가 얼마나 쉽게 엇박자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관리가 미흡할 경우, 보이지 않는 균열이 '무너지는 땅'으로 이어진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 곳곳에서 되풀이되는 싱크홀은 이제 예외적 사고가 아닌, 예고된 반복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연평균 250건 이상에 달한다.

◆ 기술은 앞섰지만, 안전은 제자리걸음

싱크홀은 갑작스럽게 발생하지만, 그 배경은 복합적이다. 지하수 과잉 사용·노후 하수관의 미세 균열·반복된 굴착·복구 미비 등이 맞물리면서 도시는 점점 속이 비어가는 땅 위에 세워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하 안전관리 대상 지역을 확대하고, 지표투과레이더(GPR) 등 정밀 탐지 장비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탐지 깊이의 한계와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적 장벽에 부딪혀, 조사는 일부 지역에 머물고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Wikimedia Commons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Wikimedia Commons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반 예측 기술과 드론 탐사 방식도 도입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며 제도화에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복구 이후의 관리 공백도 또 다른 위험 요소다. 복구가 완료된 것처럼 보여도, 구조적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거나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례가 많다. 책임 기관이 중첩된 지역에선 '누가 점검해야 하는가'조차 불분명하다.

한편 해외 도시들은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실시간 지하공간 감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 일부 지자체는 싱크홀 발생 가능성이 높은 구간을 '위험 예보 지역'으로 지정해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여전히 '사고 이후 복구'에만 집중된 대응 체계에 머물러 있다.

도시는 예고 없이 무너지지 않는다. 반복된 지하의 경고를 외면한 대가는 결국 우리 모두가 치르게 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사고 뒤 복구가 아닌 사고 앞 예측과 대응이다. 지상의 안전은 지하를 얼마나 깊이 들여다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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