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강상헌 기자] 경륜은 다릿심이 좋은 선수가 무조건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꽤 있다. 힘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작전을 잘 구사한다면 얼마든지 순위권에 진입할 수 있다. 또한 임채빈(25기·SS·수성), 정종진(20기·SS·김포) 같은 특출난 기량을 갖춘 선수가 출전한 경주는 이들을 넘어서 우승을 차지하기 어려운 만큼 따라가는 힘이 좋거나, 이들과 같은 팀이어야 2∼3위 입상에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다릿심과 연대 면에서는 열세지만, 이를 뛰어넘고 선전을 이어가는 선수도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한국 경륜의 '정상급 기교파' 황승호(19기·S1·서울 개인)다. 황승호는 지난해 말 그랑프리, 올해 2월 스피드온배, 지난 4∼6일에 열린 부산광역시장배 특별경륜까지 3회 연속으로 큰 대회 결승전에 진출하며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최근에 열린 부산 특별경륜에서는 임채빈, 정종진에 이어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황승호는 경륜훈련원 19기를 5위로 졸업했다. 초기에는 평범한 선수로 여겨졌다. 우수급으로 배정된 첫해를 제외하고는 특선급 경주에서 입상 후보로 좋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황승호는 다른 이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힘보다는 자신의 장점인 경주 운영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끊임없는 훈련을 했다. 굵은 땀방울을 흘린 끝에 2019년에는 500여 명의 선수 중에서 단 5명뿐인 슈퍼 특선 반열에도 올랐다.
그런데 황승호는 지난 2023년부터 팀이 아닌 홀로 개인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특선급에서 개인 훈련을 하는 선수는 손에 꼽는데 그중에서도 정상급 강자는 황승호가 유일하다. 기량이나 성적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황승호의 기량과 성적은 떨어지지 않았다. 현재 임채빈, 정종진, 양승원(22기·SS·청주)에 이어 성적 순위 4위, 상금 순위는 전체 성적 4위, 상금 5위를 달리고 있다.
홀로서기 선언 이후 선전을 이어가는 황승호의 원동력을 꼽자면 크게 3가지가 있다. 먼저 주눅 들지 않는 투지다. 특정 강자의 후미를 확보하는 마크형 선수는 대게 그 팀 소속 선수가 대부분인데 황승호는 이 틀을 깨버리고 있다. 2번째는 정상급 기량이다. 마크를 지키거나, 이를 빼앗는 타이밍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3번째는 마크·추입형 선수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체의 흐름을 좌우할 만큼 완급조절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황승호는 강자를 뒤에서 마크할 때, 상대방을 막아내거나 내선이나 외선에서 누르고 밀어 올리는 능력이 남다르다.
예상지 경륜위너스 박정우 부장은 "황승호는 강축 선수에 대한 마크 집중력이 남다르다. 때로는 추입으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한다"면서 "경륜이 단순히 힘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안전을 바탕으로 세련되고 박친감 넘치는 경기 운영이 탁월한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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