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매출 약 1800억원을 창출한 미국산 골다공증 의약품 ‘프롤리아’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과 제약사들이 공동운명체를 형성하고 합종연횡에 나섰다. 바이오 기업이 만든 바이오시밀러를 제약사의 영업 역량을 통해 시장에 내놓는 형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사(글로벌 빅파마) 암젠에서 개발한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는 지난달 특허가 만료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프롤리아의 글로벌 매출은 약 6조5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시장 또한 아이큐비아 기준으로 같은 해 약 174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러자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바이오시밀러 경쟁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암젠이 오리지널의약품의 국내 판매를 이어가는 가운데 셀트리온제약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들었다. 셀트리온제약은 이미 출시를 마쳤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업계의 시선은 생산업체인 바이오 기업과 제약사가 손을 잡는 전략이 주를 이룬다는 데 향한다. 이는 바이오 기업의 바이오시밀러 생산 역량과 제약사의 영업 역량이 시너지를 이루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제약사에도 새로운 ‘캐시카우’가 발생해 ‘윈윈(win-win)’ 전략으로 여겨진다.
오리지널사의 선례도 이 같은 선택을 하는 데 한몫했다. 암젠은 지난 2017년 프롤리아를 국내에 출시하면서 종근당과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 왔다. 특허 만료에 따라 프롤리아의 브랜드 파워와 글로벌 처방 데이터를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셀트리온제약은 최근 국내 최초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스토보클로’를 출시했다.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았으며, 보건복지부 보험 약가 등재를 통해 프롤리아 대비 28% 낮은 가격을 받았다. 가격 인하로 치료 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스토보클로는 1회 주사로 6개월간 효과가 유지되기 때문에 1주에서 길게는 3개월 주기로 투여해야 하는 타 치료제 대비 복약 순응도가 높다. 환자의 치료 부담과 내원 횟수를 줄일 수 있으며 의료진의 투약 관리 부담까지 경감시킨다.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도 입증됐다.
파트너사인 대웅제약은 셀트리온제약과 함께 소토보클로의 전국 종합병원 및 병·의원 공동 판매에 나선다. 양사는 각자의 강점을 결합해 시장 내 빠른 확산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대웅제약은 자사의 영업·마케팅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시장에서 제품 입지를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오보덴스’도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오보덴스는 임상시험을 통해 프롤리아와 효능, 약동학, 약력학, 면역원성, 안전성이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품목허가를 받으며 출시가 본격화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택한 파트너는 한미약품이다. 이들은 지난달 18일 오보덴스 국내 출시를 위한 공동판매 협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제품의 생산·공급을 담당하고 국내 마케팅과 영업 활동은 양사가 함께 맡는다. 한미약품은 ‘근거 중심 마케팅 전략’을 꺼낼 전망이다.
특히 한미약품은 이미 자체 개발한 골다공증 치료제 ‘라본디’를 판매하면서 구축한 영업망을 가지고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이미 골다공증 치료제 시장 내에서 의료진과의 네트워크를 확보한 만큼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출시 후 빠르게 점유율을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제약사들은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남다른 영업 역량을 구축해 온 만큼 개발사들에게 마케팅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제약사들 입장에서도 개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새로운 캐시카우를 하나 얻는 것이니 양측에게 윈윈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프롤리아는 뼈를 파괴하는 ‘RANKL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차단해 파골세포의 활성화를 억제, 골절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지닌다. 6개월마다 한 번씩 주사로 투여하는 형태다. 업계는 프롤리아가 장기 치료가 가능하도록 기존 골다공증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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