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조선업계는 올해 1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군함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한 전략이 위기 속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조선업체들의 기술력 향상과 가격 경쟁력이 강화됨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선박 수주량은 779만CGT(234척)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한 수치다. 특히 한국의 경우 209만CGT(40척)로, 전년 대비 5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감소는 경기 둔화와 해운 물동량 축소가 맞물리며 발생한 결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조선업체들은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분석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빅3'의 1분기 영업이익은 82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4.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조선사는 지난해에 이어 연간 영업이익 2조원을 넘기며 13년 만에 동반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러한 실적 향상의 배경은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전략이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LNG 운반선, 대형 컨테이너선, 군함 등 기술 난도가 높은 선종에 집중해 왔으며, 이는 수익성 확보를 우선시하는 선별 수주 기조에 기인한다. 특히 한화오션은 방산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며,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 후 미 해군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수주해 방산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배출 규제 강화는 국내 조선업계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노후 선박의 개조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세계 선박 개조 시장은 2028년까지 약 42억 달러(약 5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조선사들도 기존 신조 중심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선박 개조와 친환경 개량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조선업체들의 기술력 향상은 한국 조선업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일부 중국 조선소는 LNG선과 컨테이너선 수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으며, 선박 건조 기간 단축과 자국 해운사 수요 기반의 내수 시장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전 세계 조선 수주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점유율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한국은 고부가 선종에 집중하고 있지만, 양적인 점유율에서는 중국에 점차 밀리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수익형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고부가 선종 수주로 실적을 방어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개조, 친환경 선박, 방산, 해양 플랜트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주 총량이 줄어드는 국면에서는 '얼마나 많이'보다 '얼마나 남기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대량 수주를 통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친환경 기술, 디지털 설계 역량, 전후방 통합 능력 등 전방위적 경쟁력을 갖춰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 조선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인력 확보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 조선업계는 발주 절벽이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실적 방어에 성공하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빠른 추격과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혁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도전 속에서 조선업계는 새로운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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