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오타니 쇼헤이 상대로 헛스윙 한 번은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프로야구 KBO리그 KT 위즈 토종 에이스 고영표(34)의 주무기는 체인지업이다. 큰 낙폭에 독특한 궤적을 갖춘 체인지업으로 KBO리그 타자들을 요리한다. 체인지업을 앞세운 고영표는 KBO리그와 국가대표에서 모두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부진을 겪었다. 팔꿈치 부상이 겹치면서 18경기에서 6승 8패 평균자책점 4.95를 기록했다.
고영표는 부진을 털어내고자 비시즌에 더 굵은 땀을 흘렸다. 그 결과물이 올 시즌 초반부터 나오고 있다. 고영표는 지난 8일 수원 NC 다이노스전(3-2 승)에서 7이닝 3피안타 10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해 시즌 첫 승을 챙겼다. 이어 1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0-1 패)에서는 6이닝 3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KIA전에서 솎아낸 삼진 11개는 고영표의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 기록이다. 아울러 데뷔 후 2경기 연속 10개 이상의 삼진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최근 고영표의 활약에 대해 “지난 시즌과 다르게 체인지업이 종으로 잘 떨어진다. 밀리는 느낌 없이 그대로 떨어진다. 이제는 고영표 스스로가 살길을 정확하게 찾아가고 있다. 구속에 연연하지 않고 확실한 무기를 안전하게 만드는 게 좋다고 했는데, 좋은 패턴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상대 팀 선수도 감탄할 정도다. KIA 최원준은 “공이 오다가 사라지더라.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와도 못 칠 것 같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최근 물이 오른 고영표의 체인지업 구위를 놓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슈퍼스타 오타니를 소환한 것이다.
16일 KIA전을 앞두고 만난 고영표에게 오타니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어디까지나 상상이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만약 맞붙는다면 한 번은 헛스윙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사이드암이 던지는 체인지업은 희귀하다. 제 공이 빠르거나 위협적이라서가 아니다. 본적이 많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오타니가 어려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기량을 잘 유지해서 언젠가는 한번 맞붙어보고 싶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영표는 체인지업을 더 살릴 수 있는 구종도 연마 중이다. 좌타자를 상대할 때 사용할 카드인 ‘커터’다. 고영표는 “왼손 타자가 저를 상대할 때는 의식적으로 ‘어퍼 스윙’을 하는 게 보인다. 그 반대 구종을 보여주면 공략할 수 있는 상황이 늘어난다. 체인지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 미완성이긴 하지만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을 갈고닦는 고영표의 모습은 후배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16일 KIA전(3-0 승)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 피칭을 뽐내며 시즌 2승째를 챙긴 오원석은 “영표 형이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잘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대단한 것 같다. 느껴지는 바가 많다”고 말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