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美트럼프 불안' 기준금리 2.75% 동결...한·미 금리차 1.75%유지

트럼프 불확실성...'금리 인하 여력' 남겨둬야
2.75%인 기준금리, 중립금리 상단 수준..인하 카드 줄어
시장에서는 5월쯤 금리 인하 전망

[포인트경제] 한국은행이 미국 트럼프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포인트경제)

17일 오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4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2.75%로 동결했다. 이에 따라 한·미 금리차는 1.75%포인트로 유지됐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2회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선 후 올해 1월 유지했다가 2월에는 다시 금리를 0.25%포인트 낮춰 경기 하강리스크에 대응한 바 있다.

경기만 보면 금리 인하가 시급하다. 정국 불안정에 따른 리더쉽 부재로 내수가 부진하고 글로벌 무역 위축 우려에 성장 침체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고율 관세에 따른 수출 타격에 미·중 갈등으로 성장 모멘텀이 악화돼 올해 성장 전망은 0%대라고 나오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환율 불안이 크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강한 관세 조치는 경기 하강 리스크를 키우고 90일 유예 조치는 우리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지 가늠이 어려워졌다. 때문에 일단 관망하면서 금리 인하 여력을 남겨두어야 한다는 시기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환율 불안으로 혼란스러워진 외환시장도 문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과 중국 등 주요국의 대응에 하루에도 30원 가까이 급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당시 금융위기 수준인 1487.3원까지 치솟았다가 열흘 만에 다시 1420원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미국 금리 예측도 어렵다. 트럼프 관세로 미국의 저성장과 고물가 우려가 커졌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졌지만, 파월 연준 의장이 물가 경계를 이유로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전망이 어렵다.

강남권 토지거래허가 해제와 재지정에 따른 집값과 가계부채 추이를 봐야 한다는 점과 고환율과 산불, 이상기후 등에 따른 물가 우려, 미국 금리 결정의 불확실성도 금리 신중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달 서울 집값은 6개월 만에 최대 상승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지속적으로 2%대를 웃돌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5월쯤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다시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회의가 6월 대통령 선거 직전에 열리는 부담과 추경 규모 확정 등이 관건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포인트경제)

한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는 금리 인하 사이클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2년 새 인플레이션이 6%까지 오르면서 국민의 피해가 있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불가피하게 금리를 올렸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에 따르면 현재 2.75%인 기준금리는 중립금리 상단 수준으로, 통화정책 여력도 줄어들었다. 그는 이날 연내 1~2회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