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곽한빈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중대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가는 오르고 성장은 둔화되는 ‘엇갈린 충격’ 속에서 연준이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양대 목표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일리노이주 시카고 이코노믹클럽에서 열린 연설에서 “관세는 최소한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 증가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까지 발표된 관세 인상 수준은 예상보다 훨씬 높고, 그 경제적 충격 또한 더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은 상승하고 성장률은 낮아질 수 있으며, 이는 연준의 양대 정책 목표가 서로 충돌하는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은 ‘물가 안정(2% 목표)’과 ‘최대 고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일반적인 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물가와 고용이 동반 하락하기 때문에 금리 인하가 양쪽 목표를 모두 뒷받침할 수 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관세 충격이 이와는 정반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관세는 공급망 차질을 야기하고 물가를 끌어올리는 반면, 경기 위축으로 실업률도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우리의 도구(기준금ㄹ기 변경)는 같은 시점에 두 목표 중 하나만 달성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관세는 올해 내내 연준이 목표 달성에서 더 멀어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당장 금리 조정에 나설 뜻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현재로서는 통화정책 입장을 변경하기 전에 더 많은 명확성을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신중론을 유지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월 19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5.25~5.50%)으로 동결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연준이 연말까지 금리를 0.25%포인트씩 세 차례 이상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관세 충격이 일시적일 가능성을 높게 봤지만, 공급망 병목이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가격이 장기간 상승했던 사례처럼, 관세로 인한 공급망 차질은 물가 상승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안정과 관련해 ‘연준 풋(Fed Put, 증시 급락 시 연준의 개입 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시장은 질서를 유지하고 있으며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달러 유동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필요시 달러화를 공급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이미 외국 중앙은행들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해둔 상태”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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