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세계인의 디자인 역량 강화에 도움을 주다
‘캔바(Canva)’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디자인 툴 중 하나다. 간편한 드래그 앤 드롭 인터페이스와 프레젠테이션, 문서, 웹사이트, 소셜 미디어 그래픽, 포스터, 동영상 등 광범위한 템플릿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디자인을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190여 개 국가에서 1억 7,5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모님 집 거실을 사무실 삼아 성장
호주 기업 캔바의 창업자는 1987년생 멜라니 퍼킨스다. 서부 도시 퍼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대학교 신입생이던 2006년 디자인을 가르쳐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많은 이가 디자인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수백 개의 버튼을 공부해야 하는 등 기존의 디자인 소프트웨어가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다고 생각한 그는 이듬해 대학을 중퇴하고 자주 사용하는 기능만 모아서 디자인 플랫폼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퍼킨스의 창업에 남자 친구 클리프 오브레히트도 힘을 보탰다.
두 사람은 처음 ‘학교 졸업 앨범 디자인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하고 초기 자본을 모아 캔바의 전신인 ‘퓨전북스(Fusion Books)’를 설립했다. 퍼킨스의 부모님 집 거실을 사무실로 삼고 작업을 했는데, 초기 우려와 달리 ‘대박’을 쳤다. 온라인으로 졸업 앨범 사진과 프로필을 쉽게 편집할 수 있고 바꿀 수 있다는 데에 고객이 급격히 늘어 호주에 이어 해외로도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은 퍼킨스는 본격적인 사업 확대를 꿈꾸며 투자자를 찾아 나섰다. 100명이 넘는 투자자에게 거절당한 끝에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VC) 빌 타이를 만나 투자금을 얻어냈다. 이를 바탕으로 2013년 캔바를 세운 퍼킨스와 오브레히트는 포스터, 메뉴판, 엽서 등 어떤 디자인이라도 쉽게 할 수 있도록 간편한 사용법을 추구하며 서비스를 구축해갔다. 이후 점차 영역을 넓혀나가며 모든 디지털 기기에서 캔바를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이력서, 명함 등의 종이 위주에서 디지털 디자인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확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긱 워커(gig worker)와 재택근무자들이 늘며 덕을 보기도 했다. 2020년에만 기업 고객이 네 배 증가했고 작업 중인 디자인도 세 배 이상 늘었다. 인기가 높아지자 자연스레 투자자도 몰려 2018년 유니콘 대열에 합류한 데 이어 3년 만에 데카콘으로 올라섰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탑재하며 새 위상 확립
캔바의 가장 큰 장점은 쉬운 인터페이스다. 키워드 입력 수준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다른 이용자와 협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동 프로젝트에서의 활용도 용이하다. 아울러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탑재해 새로운 위상을 확립해 가는 모습이다. 플랫폼 내 ‘매직 스튜디오(Magic Studio)’를 운영하며 다양한 AI 도구를 한곳에 모아두고 있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만들고 싶은 이미지를 설명하거나 미디어를 업로드하면 AI가 SNS 게시물, 프레젠테이션, 동영상을 생성한다. 지난해에는 생성형 AI 콘텐츠 및 연구기업 레오나르도 AI를 인수한 뒤 새로운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 ‘드림 랩’을 공개하기도 했다. 캔바는 드림 랩으로 사용자 친화적인 매직 스튜디오 결과물의 정확도를 향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 결혼해 부부가 된 퍼킨스와 오브레히트는 호주에서 40세 이하 최고 부자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억만장자의 삶 대신 가지고 있는 지분의 30%를 캔바 재단에 양도하기로 약속하며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보태겠다고 선언했다. 퍼킨스는 “캔바의 기업가치가 커질수록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리의 능력도 커진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포브스아시아가 선정한 ‘2024년 자선영웅’에도 선정됐다. 포브스아시아에 따르면 퍼킨스 부부가 설립한 재단이 지금까지 모은 기부금은 총 2,100만 달러에 이른다. 이미 그중 200억 원가량을 아프리카 지역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에 현금 이체로 전달했다. 남부 아프리카와 인도 내 40만 명 학생의 교육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에도 60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전 세계 학교 및 비영리 단체에 캔바 솔루션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매달 6,000만 명이 넘는 학생과 교사, 60만 개의 자선 단체 및 비영리 단체가 혜택을 받고 있다. 국내 교실에서도 캔바가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소수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디자인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캔바의 탄생 취지에 맞는 사회 공헌인 셈이다. 오브레히트는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많은 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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