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이탈리아 축구계가 또다시 불법 도박 스캔들의 그림자에 휘말리고 있다. 이번에는 직접적인 징계 대상은 아니지만, 스타 선수들의 이름이 연일 거론되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 속에 갑자기 이름이 오르내린 알바로 모라타가 언론을 향해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2023년 도박 가담으로 징계를 받았던 피오렌티나 미드필더 니콜로 파졸리와 유벤투스 시절 동료였던 알바로 모라타(현 갈라타사라이)의 인연이 불똥이 튄 것이다.
최근 이탈리아 축구계를 휩쓸고 있는 불법 도박 스캔들 속에 2023년 파졸리가 불법 스포츠 베팅과 사설 도박사이트 이용으로 거액의 채무를 지게 되었던 파졸리의 과거 고백이 주목 받았다. 동시에 모라타가 파졸리에게 도박 문제에 대해 조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모라타는 이를 강하게 부인하며 “가짜 뉴스는 쓰지 말라”는 공개 입장을 밝혔다.
2023년 말 도박 사실이 적발돼 7개월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던 파졸리는 최근 이탈리아 축구계에 불법 도박 스캔들이 다시 확산되는 가운데 과거의 참담했던 시절에 대한 고백한 인터뷰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파졸리는 불법 베팅으로 인해 약 280만 유로(약 45억 원)에 달하는 채무를 지게 되었고, 이를 변제하기 위해 동료 선수들과 지인들에게 총 58만 7천 유로를 빌렸다.
그는 고급 시계(롤렉스)를 되팔아 돈을 마련하거나, '친한 선수들이 도와줬다'는 식의 발언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모라타의 이름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뒤따랐다. 파졸리는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지만, 어느새 습관이 되었고, 일상이 무너졌다.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했고,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심리치료와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며, 피오렌티나는 구단 차원에서 그의 복귀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졸리는 “내가 저지른 일의 무게를 알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며, 이제는 축구로 속죄하고 싶다”고 밝혔다.
모라타 입장 표명: “나를 끌어들이지 마라”
파졸리의 이름이 다시 언론에 오르내리며, 과거 동료였던 알바로 모라타의 실명이 기사에 포함되자, 모라타는 즉각 반응했다. 그는 SNS를 통해 “파졸리에게 조언을 해준 적은 있지만, 나는 그의 도박에 전혀 관련돼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그가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도 전혀 몰랐고, 나는 이런 식으로 가짜 뉴스를 확대 재생산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모라타는 이전에도 축구 선수들의 정신적 고립과 불안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우리는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멘탈이 무너지면 누구라도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하며, 파졸리를 직접 옹호하진 않았지만 선수 보호 시스템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직접적인 연루 보도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며 “선 넘지 말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논란은 단순한 ‘공감’ 수준을 넘어, 실제 인물 간 오해와 법적 책임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불법 도박, 다시 확산되는 공포
이탈리아 축구계는 2023년 대규모 도박 스캔들로 인해 엄청난 충격을 겪은 바 있다. 당시 뉴캐슬의 산드로 토날리, 유벤투스의 파졸리, 애스턴 빌라의 차니올로(현 피오렌티나) 등 A매치급 선수들이 줄줄이 연루되며, 국가대표팀 소집 해제 및 장기 출장 정지라는 징계가 이어졌다.
FIGC(이탈리아축구협회)는 이후 선수 윤리 교육, 자가신고 프로그램, 심리상담 시스템 등을 강화했지만, 이번 파졸리 사례를 통해 여전히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사설 베팅 사이트 이용이나, 타인 명의 계정 등을 통한 우회적 도박 행위는 여전히 통제 밖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FIFA와 UEFA는 리그 간 징계 일관성과 실질적 예방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각국의 대응 속도는 여전히 제각각이다.
반복되는 질문: 선수들은 왜 도박에 빠지는가
파졸리의 고백과 모라타의 지적처럼, 대부분의 도박 가담 선수들은 심리적 불안, 외로움, 자존감 결여 등의 요소를 호소한다. 구단과 에이전트가 이를 조기에 감지하고 개입할 시스템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선수들은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되지만, 일상의 관리나 정서적 돌봄은 매우 취약하다. 돈이 많다는 이유로 더 큰 유혹에 노출되는 환경이 반복된다”고 분석한다.
현실적으로 도박은 단지 ‘규정 위반’이 아니라, 선수 복지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나는 단면이다. 이제 이 문제는 단순한 처벌 차원을 넘어, 예방·회복·심리 지원이라는 근본적 개혁 과제가 됐다.
2023년이 도박 사태의 ‘폭발’이었다면, 2025년은 그 여진과 뿌리 깊은 문제들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경고다. 파졸리의 자백은 또 한 명의 젊은 선수가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보여주고, 모라타의 반박은 억울한 연루자도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을 드러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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