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전 세계 증시와 대다수 주식이 폭락한 가운데 코로나19를 기회로 삼아 급성장한 국내 바이오(생명과학) 기업이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한 기업 ‘씨젠’이다.
사진 = 씨젠 로고
코로나19 이전, 씨젠은 분자 진단 전문기업으로 다양한 질병의 원인을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감별하는 진단 시약 개발 및 제조에 주력했다. 주요 사업은 감염성 질환(호흡기, 소화기, 성병 등) 진단 시약 개발이었으며, 연간 20~30%의 성장을 기록했다.
씨젠의 2019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1,220억 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19.3% 증가한 수치로, 영업이익은 224억 원, 순이익은 267억 원을 기록했다.
당시 대형 바이오 기업과 비교해 매출이 크지 않았지만, 씨젠은 국내 분자 진단(체외 진단) 시장에서 선도적 기업이었다. 씨젠은 2019년 국내 분자 진단 시장의 약 19%를 차지했으며, 국내 매출은 약 189억 원이었다. 전체 매출(1,220억 원) 중 국내 비중은 15% 내외였으나, 국내 분자 진단 시장 내에서는 경쟁사인 제놀루션, 젠큐릭스 등과 비교해 확고한 1위권을 유지했다.
사진 = 코로나19 이미지 (픽사베이)
특히 씨젠은 여러 유전자를 한 번에 분석할 수 있는 멀티플렉스(Multiplex) PCR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기술은 검사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으며, 다양한 질병 진단에 활용되었다. 이러한 기술력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신속한 진단키트 개발로 이어졌다.
그때 그 주식,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기회로 삼아 바이오 기업으로서 크게 도약을 한 씨젠에 대해 알아보았다.
코로나19 진단키트에 올인 通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발발했던 초기인 2020년 1월 16일, 씨젠은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당시 천종윤 씨젠 대표는 코로나바이러스 진단키트 개발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을 지시했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시스템을 활용해 빠르게 개발을 진행했다. 그 결과 약 3주 만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완성했다.
사진 = 씨젠 천종윤 대표
씨젠이 만든 코로나19 진단키트는 타 경쟁사에 비해 높은 우수성을 자랑했다. 멀티플렉스 PCR(동시 다중 진단) 기술을 활용하여 한 번의 검사로 여러 바이러스를 동시에 진단했으며, 적은 양의 바이러스 검체에서도 높은 정확도로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었다. 타액 검사와 같은 비침습적 방법에서도 비인두도말 검사와 98.8% 이상의 일치도를 보였다. 또한 실시간 역전사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기반으로 빠르면 4~6시간 이내에 대량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시간 효율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러한 우수한 진단키트를 통해 씨젠은 빠른 속도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다. 그 당시 씨젠 제품은 유럽 CE 인증 및 미국 FDA 긴급 사용승인을 획득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전 세계 70여 개국에 제품을 공급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이외에도 씨젠은 변이 바이러스(영국발, 남아공발 등)를 포함한 다양한 코로나19 변이를 구분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이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강점이었다.
2020년 씨젠 매출 1위 지역 ‘유럽’
2020년 씨젠의 주요 국가별 매출액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 증가로 인해 크게 성장했다. 특히 국내보단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2020년 씨젠 매출 1위 지역은 유럽으로 약 6,019억 원(전체 매출의 53~58% 차지)의 연간 매출액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북미 지역 약 1,125억 원(전체 매출의 약 10~11%). 아시아 중동 지역 약 1,267억 원(전체 매출의 약 11%), 대한민국 약 563억 원(전체 매출의 약 5%), 중남미를 포함한 기타 지역이 약 1,750억 원(전체 매출의 약 14%)을 차지했다.
사진=씨젠 코로나19 진단키트
이처럼 씨젠의 유럽 지역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많이 판매할 수 있었던 이유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씨젠이 유럽 지역에서 안정적인 판매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씨젠 매출의 약 50%가 유럽에서 발생했었다. 이에 유럽을 잘 알고 있었던 씨젠은 팬데믹 초기부터 유럽 시장에 신속히 진출했으며, 독일 뒤셀도르프에 생산 및 연구 시설을 설립해 현지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또한 씨젠의 코로나19 진단키트(Allplex 2019-nCoV Assay)는 2020년 2월 CE-IVD 인증을 획득하며, 유럽 내 판매를 본격화할 수 있었다. 이는 매출 확대의 주요 요인이 됐다. 유럽 각국 정부와 의료기관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규모 진단키트를 긴급히 도입하면서 씨젠 키트에 대한 주문이 급증했을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이 씨젠 키트를 팬데믹 초기부터 주요 검사용으로 채택해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씨젠 주가 상승을 이끈 주요 요인은?
씨젠의 주식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1~3월에 진단키트 개발 및 공급 소식으로 주목을 받으며 급등하기 시작했다. 특히 2월 12일 정부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긴급 사용승인(EUA)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그 이후 씨젠의 2020년 상반기 실적이 주가 급등을 이끌었다. 2020년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192% 증가한 802억 원, 영업이익은 약 322% 증가한 245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를 크게 상회했다.
이러한 실적은 2020년 1월 1만 5,000원대(2021년 4월 100% 무상증자 반영 주가)였던 주가를 그해 8월 10일, 사상 최고가인 16만 1,100원(2021년 4월 100% 무상증자 반영, 당시 주가 32만 2,200원)까지 끌어올렸다. 단순 코로나19 테마주와 달리 실적이 뒷받침하면서 단기간에 주가가 10배 이상 상승했다.
사진 = 코로나19 이미지 (픽사베이
씨젠의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2020년 8월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했던 시기로, 진단키트 수요도 최고조에 달했었다. 특히 사상 최고가였던 8월 10일 이틀 후인 8월 12일 씨젠은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그 전에 투자자들과 기관은 씨젠의 매출이 급상승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이런 매출 기대감이 주가를 견인했다.
씨젠의 2020년 2분기 매출액은 2,572억 원, 영업이익은 1,34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8배와 28배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이었다. 이에 따라 씨젠은 2020년 초 시가총액 코스닥 41위에서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코스닥 상위권으로 올라섰으며, 시가총액이 약 2조 8,097억 원에 달했다.
2020년, 씨젠의 주가가 하락 이유
2020년 2분기 씨젠의 실적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부분에 주목했다. 경쟁사들의 진단키트 발주 취소 및 경쟁 심화 소식이 함께 전해지며 씨젠 주가가 단기적으로 하락하는 영향을 받았다. 다른 진단키트 관련주들이 예상보다 낮은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장 전체적으로 테마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약화하기도 했다.
사진 = 코로나19 백신 일러스트 (픽사베이)
결국 씨젠의 주가는 2020년 8월 10일에 장중 최고가인 16만 1,926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8월부터 연말까지 씨젠의 주가는 최고점 대비 약 59.5% 하락했다. 이러한 주가 하락의 이유는 그해 하반기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팬데믹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는 진단키트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를 불러와 씨젠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팬데믹 특수 이후 씨젠의 매출 구조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사업 다각화 부족과 진단키트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량으로 매도하면서 주가 하락 압력을 가중하기도 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씨젠의 주가 방어 전략
씨젠은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조처를 했다. 우선 2020년 12월 주당 배당금을 기존 100원에서 1,500원으로 15배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주주 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주주 가치를 제고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배당금의 상당 부분이 오너 일가에 돌아간다는 점에서 일부 소액주주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씨젠은 2020년 11월 보건복지부로부터 혁신형 의료기기 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 인증은 연구개발(R&D) 및 시장 진출 지원, 세금 혜택 등 다양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제공하며, 회사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는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했다.
씨젠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분자 진단 생활화와 비코로나 제품군 확대를 목표로 하는 장기적인 사업 다각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하여 2021년 상반기까지 연간 매출 5조 원 규모의 생산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러한 씨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계속 하락했다. 결국 소액주주들은 주가 하락에 대해 공매도 세력 및 회사의 미온적인 대응을 비판하며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씨젠은 주주 친화적 정책을 강화했지만, 소액주주들은 코스피 이전 상장, 무상증자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하며 불만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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