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에는 신 명예회장의 경영철학 DNA가 녹아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어렵지만 신 명예회장의 정신을 잘 이어받는다면 곧 위기를 타개하리라고 확신합니다.”(김명수 전 롯데물산 대표)
롯데그룹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전직 최고경영자(CEO)들이 현재 그룹이 처한 상황에 대해 “신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을 되돌아봐야 한다”며 뼈 있는 목소리를 냈다. 롯데 창업주인 신 명예회장의 평전 ‘신격호의 꿈, 함께한 발자취’ 출간을 기념한 자리에서다.
이들은 현 롯데의 경영 위기에 대해 ‘과거 의욕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것이 경제 위기와 맞물리며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신 회장이 위기 대처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롯데가 다시 옛날의 자리로 올라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
롯데재단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전통문화공간 무계원에서 ‘2025 롯데재단 상전(象殿) 신격호 展 : 그가 바라본 내일’의 개막식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10월 발간한 신 명예회장의 평전 출간을 기념해 열린 자리다. 평전은 신 명예회장에 대한 전직 CEO들의 기억과 소회 50여편을 엮어 완성한 책이다. 신 명예회장의 삶과 업적, 경영 철학, 도전과 비전, 도전과 극복 과정을 담고 있다.
이날 행사는 평전 발간에 참여한 롯데그룹 전 CEO의 토크쇼로 시작했다. 신 명예회장의 외손녀 장혜선 롯데재단 이사장, 유창호 전 후지필름 대표, 김명수 전 롯데물산 대표, 이찬석 롯데재단 사무국장이 참석했다. 10~30년 이상 실무자로 신 명예회장의 곁을 지킨 인물들이다. 특히 유창호 전 대표는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 롯데 경영관리본부 전무를 거쳤다. 김 전 대표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프로젝트를 담당한 인물이다. 이들은 신 명예회장에 대한 추억을 회고하고 그의 경영 철학이 현재 어떤 의미가 있는지 되짚었다.
유 전 대표는 롯데가 재계 5위에서 19위까지 하락한 현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신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이 롯데를 다시 일으킬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유 전 대표는 “롯데가 과거 의욕을 갖고 과감히 투자했던 것이 경기 침체와 중국의 화학 사업 확대 등과 겹치며 어려움에 빠지게 된 요인이 됐다”며 “신 명예회장이 늘 강조해온 현금 흐름 점검에 대한 경영 철학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직, 품질, 현장’ 등 원칙도 지금의 롯데 CEO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이 다시 롯데그룹을 부흥시킬 것이라고도 확신했다. 유 전 대표는 “기업은 항상 부침이 있기 마련”이라며 “신 회장이 현재 위기를 파악하고 충분한 조치를 취하고 있어서 다시 과거의 자리로 돌아갈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몰라서 생기는 것이지, 무엇인지 안다면 빠르냐 늦느냐의 차이일 뿐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며 롯데의 과거 위상 회복을 자신했다.
|
김 전 대표 역시 “롯데가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도약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며 “신 명예회장은 신축 호텔, 백화점 등 직접 현장에서의 확인과 경영을 중요시하는 분이었다”며 “이런 신 명예회장의 경영철학 DNA가 롯데에 장착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가 어려움에 빠진 상황이라도 신 명예회장의 정신을 잘 이어받는다면 롯데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신 명예회장의 과거 리더십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전하는 생생한 증언도 이어졌다. 김 전 대표는 “롯데월드타워 프로젝트를 18년간 담당하면서 근거리에서 신 명예회장을 모셨다”며 “초고층 빌딩 허가를 받기까지 16년이 걸렸는데 어려움과 고비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롯데월드타워는 수익 사업이 아니라 서울의 품격을 높일 사업이라고 강조한 것이 기억이 남는다”며 “38m까지 건물이 올라갔을 때 신 명예회장이 조용히 아래를 내려다보던 모습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신 명예회장에 대한 가족의 개인적인 추억도 나왔다. 장 이사장은 “할아버지는 겉과 속이 같은, 언론에 비친 이미지 그대로였다. 언제나 나라와 기업, 정직함을 강조했다”며 “남산을 보며 ‘저 산만큼 껌을 팔았다’고 농담하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특히 장 이사장은 “이번 평전 발간을 시작으로 TV 다큐, 유튜브 콘텐츠 등 다양한 콘텐츠 확장을 준비 중”이라며 “신 명예회장의 철학과 기업가 정신을 오늘의 청년들에게도 전할 수 있도록 재단이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토크쇼 이후 열린 개막식에서는 특별 전시 기획 의도, 주요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이 진행됐다. 신 명예회장의 장녀 신영자씨와 장 이사장, 평전 집필에 관여한 롯데그룹의 전직 CEO 9인, 재단 임직원 포함 약 80명의 내빈이 참석했다. 전시는 평전 속 CEO들의 기억을 시각화한 인공지능(AI) 일러스트 16점과 롯데와 함께한 일반 시민의 추억이 담긴 LP 등을 선보였다. 전시는 16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열린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