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대한민국 야구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9회 한국컵 전국유소년야구대회가 충남 서천군 일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유소년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렸다. 12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전국 70개 팀, 약 1200명의 선수가 참가해 명실상부 국내 최대 규모 유소년 야구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경기는 연령별로 새싹리그(9세 이하), 꿈나무리그(11세 이하), 유소년리그(13세 이하), 주니어리그(16세 이하)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선수들은 정정당당한 승부 속에서 협동과 성장, 스포츠 정신을 배웠다. 창단 11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안양시 유소년 야구단, 지난해 우승 팀을 꺾은 보령시 유소년 야구단의 새싹리그 우승 등 곳곳에서 감동의 순간이 연출됐다.
이번 대회는 결과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로 가득 찼다. 프로 경기를 방불케 하는 기록 정리부터 선수들과 감독, 전설의 조언이 담긴 이야기까지 이 모든 장면이 모여 ‘야구의 내일’을 더욱 단단히 만들어주었다.
▲유소년 야구에도 ‘데이터 혁명’… 마인볼이 바꾼 경기장 풍경
올해 대회는 기존과 차별화된 ‘데이터 야구’의 실험장이기도 했다. IT기업 마인이 개발한 마인볼 서비스가 대회 전 경기에 도입되며 프로 수준의 데이터 분석이 유소년 야구 현장에 적용됐다. 선수들은 경기 직후 본인의 플레이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타수·타점·삼진·도루·자책점 등 세부 데이터를 통해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강권식(38) 마인 대표는 “감에 의존하던 판단에서 벗어나, 수치로 전술의 효율성과 선수의 기량을 분석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마인볼은 대회 기간 실시간 선수 영상 제공을 비롯해 팀 순위, 누적 기록 등 다양한 분석 결과를 제공하며 학부모와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호응을 얻었다. 마인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영상 서비스를 확대하며 가입자 4200명을 돌파, 유소년 스포츠 데이터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승부보다 성장을… 덕장들의 따뜻한 철학
이번 대회서는 승리보다 ‘성장’을 우선시하는 지도자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송파구 마인볼 야구단 이홍구(35) 감독은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라며, 억압보다 격려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을 강조했다. 과거 프로 무대에서 뛰었던 그는 “야구가 즐거워야 오래 한다”고 덧붙였다.
파주 BTAC 김민수(39) 감독, 완도군 박중엽(36) 감독 역시 예의와 인성을 중시하는 ‘덕장’의 면모를 드러냈다. 특히 파주 BTAC 선수들은 경기 후 상대 선수와 코치진, 학부모에게까지 자발적으로 인사를 건넸고, 이는 김민수 감독의 철학과 교육 방침 덕분이었다. “야구를 그만두더라도 지도자 때문에 흥미를 잃게 해선 안 된다”는 그의 말에는 유소년 교육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었다.
박중엽 감독은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즐기면서 야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실수를 혼내기보다 자신감을 심어주는 교육 방침을 고수한다. 그는 “한 번 져보는 것도 아이들에겐 큰 배움이 된다. 더 열심히 훈련해서 다음엔 이겨보는 경험도 분명 필요하다. 그게 곧 아이들 인생에 남는 값진 기억이 될 것”이라며 아이들의 성장을 응원했다.
한대화(65) 전 한화 이글스 감독도 현장을 찾아 “아이들이 더 많은 경기를 경험하며 기본기를 쌓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재미있게 운동해야 야구에 흥미를 잃지 않는다”며 경기 수 확대와 시스템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야구가 이어준 가족의 이야기
비 오는 경기장에서도 눈길을 끈 이들이 있었다. 바로 대한유소년야구연맹 소속 곽장식(53) 심판과 그의 딸 곽다연(23) 기록원이다. 부녀가 함께 대회에 참가하며 유소년 야구를 지원하는 모습은 주변에 따뜻한 울림을 안겼다. 처음엔 단순한 아르바이트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같은 분야에서 꿈을 키우는 ‘동료’로 자리 잡았다.
곽다연 기록원은 “아빠와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게 정말 재미있다. 최종 목표는 KBO 공식 기록원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장식 심판은 “딸이 야구를 통해 활발해진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며, 평생 딸의 꿈을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부녀에게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세대를 잇는 진정한 연결고리였다.
▲공수 겸장·작은 리더… 새싹들의 당찬 성장
치열한 선의의 경쟁을 펼친 이번 대회서 눈에 띄는 선수는 안양시 유소년 야구단의 심기현(산본초5)이었다. 꿈나무리그 청룡 결승에서 심기현은 투타 모두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선발 투수로 등판해 3이닝 무실점 삼진 3개로 호투를 펼친 그는 타석에서도 2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 2도루로 공수겸장을 완벽히 해냈다. 이 활약을 바탕으로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심기현은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시끄럽게 응원해 준 동료들 덕분에 힘이 났다”며 수상의 공을 팀에 돌렸다. 롤모델은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내야수 강승호다. 심기현은 “수비도 잘하고 홈런도 치는 점이 멋지다”며 닮고 싶은 선수로 꼽았다.
남양주 야놀 유소년 야구단의 이새찬(주곡초6) 역시 이번 대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형들이 잘 던져주고 점수를 많이 내줘서 우승할 수 있었다”며 겸손한 소감을 밝힌 그는 외야수 포지션을 선호하고 롤모델로 KT 위즈의 간판 강백호를 꼽는다. 이새찬은 “잘하면 표정이나 행동에서 티가 나는 게 멋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후배들을 이끄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강압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실수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며 “형들이 잘 챙겨줘서 야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