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신동훈 기자(부천)] "우리는 남았고 부천은 살아남았다"
부천FC1995와 제주 SK는 16일 오후 7시 30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코리아컵 2025' 3라운드에서 대결한다. 부천은 2라운드에서 여주시민축구단을 3-1로 격파하고 3라운드에 올라왔다. 제주는 K리그1 팀 자격으로 3라운드부터 참가한다.
부천 서포터즈 '헤르메스'는 주중 평일 열리는 경기임에도 가변석을 가득 메웠다. 선수단이 입장하기 전 "연고이전 반대"를 외쳤다. 20년 얽힌 악연의 팀을 처음으로 보는 상황에서 울분을 토해냈다.
부천과 제주, 연고이전 서사는 다음과 같다. 1982년 프로축구 원년에 유공 코끼리가 창단을 했다. 이른바 유랑 리그 체제에서 유공 코끼리는 서울에 연고를 잡았는데 1995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서울 공동화 정책으로 서울 연고지 팀들들 다른 지역으로 보냈다. 유공 코끼리는 부천으로 갔다. 이후 이름을 부천 유공, 그 다음에 부천 SK로 바꿨다. 당시 부천시는 550억 원을 투입해 2만 석 규모 전용구장을 약속했다. 당장 경기장이 없어 이름은 부천인데 목동종합운동장에서 홈경기를 치렀다.
부천 SK는 2006년까지 K리그에 있었는데 모기업이 제주 서귀포로 연고이전을 했다. 그래서 탄생한 구단이 제주 유나이티드다. 2025시즌부터 제주 SK로 팀명을 바꿨다.
부천 팬들은 힘을 모아 구단 창단에 나섰다. 부천FC1995를 2007년 12월에 만들었고 2008년부터 K3리그에 참가, 2013년부터 K리그2에 입성하며 프로 무대로 돌아왔다. 이후 부천은 계속 K리그2에 있었고 제주는 K리그1에서 활약을 했다. 제주가 2019시즌 K리그2 강등이 되면서 K리그2로 내려왔고, 그러면서 부천과 만남이 성사됐다.
부천, 제주가 3번 맞대결을 펼친 시즌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시대였다. 무관중으로 모든 경기가 치러졌다. 당시 제주는 남기일 감독 선임 후 강력한 스쿼드를 앞세워 단독 선두를 달렸고 끝내 우승을 했다. 부천은 남다른 각오로 싸웠지만 제주에 모두 패했다. 부천전 3전 전승 속 제주는 승격을 했고 그러면서 5년 동안 만남은 없었다.
코리아컵 3라운드 대진이 확정되면서 5년 만에 다시 만났다. 두 팀의 경기가 사상 처음으로 유관중으로 치러지는 순간이었다. 경기 전 김학범 감독은 "두 팀의 역사? 어떤 말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말을 아꼈다. 이영민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지나가는 경기가 될 수 있지만 팬들은 아니다. 이 경기 결과와 내용은 모두 역사에 남을 것이다. 선수들에게 주문을 했던 것은 이후에 어떻게든 이야기가 나올 경기니까 책임감을 가지고 하자고 했다 .승패는 모르겠지만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면서 남다른 동기부여에 대해 이야기했다.
'헤르메스'는 "연고이전 반대"를 외친 후 제주에 엄청난 야유를 보냈다. 이후 "우리는 남았고 부천은 살아남았다"는 내용의 걸개를 들었다. "ONLY BUCHEON ALWAY" 걸개도 있었다. 제주를 향해 연고이전 속에서도 부천은 남았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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