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신장(콩팥)은 한 번 망가지면 회복이 어려운 ‘침묵의 장기’다. 기능이 무너지기 전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고, 적절한 조치가 없을 경우 신장 이식이나 투석 같은 신대체요법이 필요하다.
콩팥병은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당뇨병과 고혈압이다.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가 증가하면서 콩팥병의 발병률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말기콩팥병 환자 수는 13만7705명이다. 13년 사이 2.3배 증가했으며, 유병률 상승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다.
신장 기능이 90% 이하로 감소하면 말기콩팥병으로 진단된다. 이 상태에서는 신장이 기능을 거의 상실해 체내 노폐물 배출에 장애가 발생한다. 환자는 극심한 피로, 부종, 식욕 부진, 인지 기능 저하 등을 경험하는데, 이는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질환 특성 상 평생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하지만, 많은 환자가 치료 과정에서 겪는 제약과 부담을 느끼는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신장투석 전문기업 밴티브가 출범하며 “환자 중심 치료의 실현”을 화두로 던졌다. 지난 2월 헬스케어 기업 박스터로부터 신장사업부가 분사되며 설립된 밴티브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사 기술과 비전을 소개했다.
밴티브코리아 임광혁 대표는 “단순한 투석 장비 회사가 아닌 생명유지 장기 치료의 기준을 새롭게 세우고, 환자의 삶 전반을 바꾸는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의 투석 환자 중 약 90%는 병원에 주 3회 이상 방문해 4시간가량 혈액투석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교통이 제한된 상황에서 방문 치료 방식은 곧 삶의 제한을 의미한다.
반면, 복막투석은 환자가 집에서 매일 투석을 시행하며, 병원은 월 1~2회 방문만으로 관리가 가능하다. 특히 자동복막투석(APD)은 야간 수면 시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일상 침해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날 현장의 연사로 참여한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용철 교수는 “복막투석은 삶의 질 유지 측면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다”며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복막투석, 특히, 재택 치료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복막투석을 선택하는 환자 비율이 5%에도 미치지 않는다. 기술의 문제보다는 ‘현실의 장벽’이 높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복막투석을 환자 스스로 해야 하는 점이 환자 입장에선 두려움으로 작용하는 듯 하다. 재택 치료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했다.
밴티브는 이 같은 문제를 기술과 서비스로 풀어가고 있다. 자동복막투석 시스템에 디지털 환자 관리 플랫폼을 결합해, 환자의 데이터를 의료진에게 전송하고,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식이다. 투석액은 집으로 직접 배송되며, 24시간 상담 서비스로 긴급 대응도 가능하다.
임 대표는 “진정한 의료 혁신은 기술 자체보다, 그것이 환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서 완성된다”며 “밴티브는 앞으로도 생명유지 치료의 기준을 높이고, 환자가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환자 중심 치료’의 철학을 사회적 접점으로도 확장하겠다는 목표다. 말기콩팥병 인식 제고 및 투석 환경 개선을 비롯해 소아신장캠프 후원, 기부 프로그램 등 사회공헌 활동을 구상 중이다. 향후 패혈증 및 폐, 간 등의 장기 부전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는 혁신을 추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