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2.0 관세전쟁] LG전자, 美 고율관세에 생산 방향 전환…북미 생산 확대 나서

LG전자 미국 테네시 세탁기공장 [사진=LG전자]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LG전자가 최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의 TV 및 가전 제품 생산량 확대 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멕시코와 미국 등 북미 지역으로 생산량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부과 예고에 따른 전략적 변화로,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멕시코 공장의 감산 계획을 세우던 LG전자가 급격히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폴란드의 생산량 확대를 보류하고, 멕시코로의 생산량 전환을 확정했다. 트럼프 정부가 베트남에 46%, 인도네시아에 32%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동남아시아에서의 생산 우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더 낮은 지역에서 생산하는 것이 무의미해졌다”고 강조하며, 이는 미국 내 생산 확대가 목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LG전자는 그동안 각국에 공장을 세우고 물류비와 지역별 상황을 고려해 생산량을 조절하는 ‘스윙 생산’ 체제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해 동남아 지역에서의 생산 계획이 사실상 무너진 상황이다. LG전자는 멕시코가 미국으로의 수출에 관세가 면제되는 점을 고려하여, 멕시코 생산을 오히려 늘리기로 결정했다.

멕시코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대해 관세가 면제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LG전자가 멕시코를 북미 시장으로의 전진기지로 삼게 만든 주요 요인이다. 하지만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고, 이는 언제든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멕시코에 공장을 둔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의 강력한 로비와 미국 소비자들의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로 인해 관세의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LG전자는 테네시주에 위치한 세탁기 공장 옆에 새 창고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는 약 5만 제곱미터 규모로, 향후 가전 제품 생산에 필요한 공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 창고 건설은 1억 달러 규모의 투자로, 내년 3분기 중 완공될 예정이다. LG전자는 이 창고를 통해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 속에서 외교적으로 줄타기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동남아 순방을 통해 '반미 연대'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베트남 등 많은 국가들은 실리를 고려하여 양측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LG전자의 전략 변화는 동남아시아 생산의 불확실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LG전자의 북미 생산 확대는 향후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LG전자의 미주 매출은 전체 매출의 26%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을 제외한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며 최적의 원가 조합을 찾는다면,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전자의 공급망 재편은 단순한 생산 전략의 변화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대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LG전자가 북미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