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약 3개월 전 펩 과르디올라 감독에게서 간접적인 극찬을 받았던 이강인이 지금은 경기를 뛰지 못하고 있다.
16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의 빌라 파크에서 2024-2025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을 치른 파리생제르맹(PSG)이 애스턴빌라에 2-3으로 패했다. PSG는 1차전에서 3-1로 이긴 덕분에 1, 2차전 합계 5-4로 4강에 진출했다.
이날 PSG는 4-3-3 전형으로 맞섰다. 브래들리 바르콜라, 우스만 뎀벨레,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가 스리톱으로 출격했고, 파비안 루이스, 비티냐, 주앙 네베스가 미드필더진을 이뤘다. 누누 멘데스, 윌리안 파초, 마르퀴뇨스, 아슈라프 하키미가 수비라인을 구축했고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골문을 지켰다.
이강인은 벤치에서 출발했고 경기를 뛰지 못했다. 냉정히 말해 이강인이 투입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PSG는 전반에 먼저 2골을 넣었음에도 수비 불안 속에 잦은 실수를 저질렀고, 빌라에 연달아 3골을 먹히며 후반 초반 1, 2차전 합계 1골 차로 따라잡히는 위기를 맞았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바르콜라 대신 데지레 두에를 투입했을 뿐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았다. 실수가 많았던 수비에서 교체가 없었기에 다소 소극적인 교체카드 사용이긴 했어도 최대한 현상을 유지하려는 의중은 드러났다.
3개월 전만 해도 이강인은 PSG 주전이었다. 이강인은 브래들리 바르콜라와 함께 유이하게 PSG에서 전 경기 출장을 하던 선수였다. 맨체스터시티와 UCL 리그 페이즈 7차전에서는 가짜 9번으로 나서 엔리케 감독이 원했던 중원 장악에 기여했다. 당시 과르디올라 감독이 “PSG가 더 나았다. 그들은 중원에 가짜 9번을 통해 수적 우위를 형성했다. 우리가 어려움을 겪은 이유”라며 이강인의 전술적 역할을 칭찬했을 정도였다.
굳건하던 이강인 입지에 변화가 생긴 건 크바라츠헬리아 영입 때문이었다. 크바라츠헬리아는 1월 PSG에 합류한 뒤 적응기 없이 공격진 핵심으로 거듭났다. 이 시점부터 이강인은 벤치로 밀려났다. 2월 이후 이강인이 선발로 나선 건 11경기 중 4경기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3부리그 팀과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 FA컵), UCL을 전후한 리그 경기 등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경기들뿐이었다.
여기에 두에가 폭발적인 성장을 하며 이강인이 제대로 뛸 여건도 사라졌다. 두에는 이번 시즌 컵대회 포함 44경기에서 12골 11도움을 기록했는데, 2025년 들어서만 13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적립했다. PSG는 두에가 득점에 관여한 17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엔리케 감독은 빌라와 UCL 8강 1차전에서도 두에를 선발로 내세웠고, 두에는 0-1로 뒤지던 전반 39분 동점골을 넣어 3-1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강인은 공격진에서나 미드필더진에서나 다섯 번째 옵션으로 추락했다. 최근 엔리케 감독은 루이스, 비티냐, 네베스 중원 조합을 굳게 신뢰한다. 비티냐와 네베스는 리그앙 최고 수준으로 불려도 무방할 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루이스는 189cm 장신으로 아쉬운 중원 피지컬을 메울 선수다. 게다가 이 팀에는 성골 유스 미드필더 워렌 자이르에머리도 있어 이강인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다.
이강인이 입지를 잃은 결정적인 요인은 스피드다. 이강인은 패스나 드리블에 비해 속도에 아쉬움이 있는데, PSG는 크바라츠헬리아 영입 이후 스피드를 위시한 공격을 자주 구사하고 있다. 오른쪽 윙어로 설 때도 발이 빠른 뎀벨레나 하키미를 보조하는 역할에 가까웠던 이강인은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면서 속도까지 갖춘 크바라츠헬리아가 오른쪽 윙어로 적응하자 출장시간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팀을 위해 과감한 플레이를 줄였던 것도 결과적으로는 독이 됐다.
적어도 이번 시즌 이강인이 주전으로 재도약할 여지는 적어보인다. 최근 부상을 당해 경기력을 회복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엔리케 감독이 후반기 확정한 선발 조합을 그대로 밀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 UCL 8강 1차전 리드하는 상황에서도, 2차전 쫓기는 상황에서도 이강인을 기용하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이강인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는 걸 방증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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