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애스턴빌라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UEFA 유로파리그 주제곡을 트는 실수를 저질렀는데, 이것이 우나이 에메리 감독의 각성과 빌라의 대역전극에 대한 복선이 될 뻔했다.
16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의 빌라 파크에서 2024-2025 UCL 8강 2차전을 치른 빌라가 파리생제르맹에 3-2로 이겼다. 빌라는 1차전에서 1-3으로 패한 걸 끝내 뒤집지 못하며 8강에서 UCL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 시작 전 빌라가 황당한 실수를 했다. 양 팀 선수들이 경기장 위에 도열해 서있는데 UCL 주제곡이 아닌 유로파리그 주제곡이 흘러나왔다. PSG 선수들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피어올랐고, 빌라 선수들은 웃음을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동안 경기장에 퍼지던 유로파리그 주제곡은 선발 명단을 해설이 읊을 즈음이 돼서야 UCL 주제곡으로 바뀌었다.
실수와 별개로 이날 빌라는 좋은 경기를 펼쳤다. 비록 전반 11분 아슈라프 하키미에게, 전반 28분 누누 멘데스에게 잇달아 실점을 허용하면서 끌려갔지만 경기력에서 밀린다는 느낌은 없었다. 이 시점에도 이미 PSG는 빌라의 강한 전방압박에 맥을 추리지 못하며 수비 실수를 거듭하는 상황이었다.
빌라가 기적을 만들 수도 있었다. 전반 34분 크바라츠헬리아의 실수로 비롯된 역습에서 존 맥긴의 패스를 받은 유리 틸레만스가 지체 없이 시도한 슈팅이 파초를 맞고 굴절돼 들어가며 추격을 개시했고, 후반 10분 맥긴이 하프라인 바깥에서부터 밀고 올라온 뒤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시도한 왼발 슈팅은 절묘한 궤적을 그리며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후반 13분에는 코너킥 이후 상황에서 오른쪽 터치라인 부근에 있던 래시퍼드가 연이은 드리블로 수비 2명을 뚫어낸 뒤 보낸 컷백을 에즈리 콘사가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1, 2차전 합계 1골 차로 PSG를 압박했다.
빌라 입장에서는 한두 골을 더 넣지 못한 게 아쉬운 수준이었다. 후반 15분 마르퀴뉴스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공을 틸레만스가 문전에서 헤더로 연결했고, 돈나룸마가 팔을 쭉 뻗어 선방했다. 후반 25분 토레스가 후방에서 길게 내준 패스를 잡아 아센시오가 1대1 기회를 맞았는데 돈나룸마가 오른쪽 발로 막아냈다. 후반 26분 래시퍼드가 오른쪽에서 올린 프리킥에 콘사가 쇄도하며 다이빙했으나 공이 머리에 맞지 않았다. 빌라는 결국 연장전으로 갈 수 있는 추가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며 8강에서 UCL 여정을 마무리했다.
만약 빌라가 PSG를 누르고 4강에 올랐다면 유로파리그 주제곡을 튼 실수가 멋진 복선이 될 수 있었다. 빌라를 이끄는 에메리 감독은 유로파리그 제왕으로 이름이 높다. 2013-2014시즌부터 세비야의 유로파리그 3연패를 이끈 주인공이며, 2020-2021시즌에도 비야레알을 이끌고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20년대 들어 UCL에서도 2021-2022시즌 비야레알을 4강까지 견인한 데 이어 이번 시즌 빌라를 8강으로 인도하며 유럽대항전에서 상대적 약팀으로도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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