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앞에 옛 자가 붙었다. 팔달산과 도청을 뒷동산 삼아 살아온 지 45년에 이른다. 지나간 것은 모두 섬이 된다. 도청이 광교 신도시로 옮겨간 지도 몇 해가 흘렀다. 세월은 늘 바라보지 않는 사이 생각을 놓은 사이를 관통하고 있다. 봄비가 주말 내내 내렸다. 꽃비 내린 자리에 모든 잎이 선명하고 파릇하게 살아났다. 주말이 오기 전에 수강생들과 물향기수목원을 찾았다. 눈부신 벚꽃과 빨간 산당화가 줄지어 피었고 음지엔 아직 개나리가 노란 줄기를 뻗고 있었다.
강한 자외선을 피해 자연과 식물을 읽는 물 향기 식물 책방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각자 수집한 풍경을 그리거나 창밖 풍경을 담았다. 처음 나온 수강생들은 스케치북에 펜을 대는 것이 설레지만 불안해 보였으나 나름대로 재미있는 색칠을 했다. 그림이 무슨 형식이 있고 잘 그리고 못 그린 차이가 있겠는가. 다름을 보여주는 현대미술은 저마다의 개성을 찾는 것일 뿐이다. 맛난 밥도 함께 먹고 막걸리 한잔도 축였다. 일부는 꽃구경도 제대로 못한 짧은 시간이 불만인 듯했다. 사실은 나도 그랬다. 올해의 마지막일 꽃을 좀 더 바라보기 위해 고등동에서 옛도청으로 향했다. 도청 앞 벚꽃을 못 보면 한 해를 못 보는 것 같은 허망함과 아쉬움이 따른다. 팔달산 허리를 걸었다. 전망 좋은 카페 안다미로에서 차 한잔 마신다. 봄비가 어두웠던 날들의 복수처럼 찬 바람 싣고 쏟아진다. 봄처녀의 한 문장같이 날 개면 진주 이슬 신고 새 풀 옷 입은 봄길을 걷고 싶다. 꽃바람이 스쳐 가는 사랑 같이 불어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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