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2.0 관세전쟁] 韓美 전문가들, 관세 전쟁 속 조선·에너지·AI 분야 협력 기회 모색

대한상공회의소는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 겸 국가투자협력대사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글로벌 관세 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산업 전문가들이 조선, 에너지,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논의는 15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에서 더욱 구체화됐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미협회가 주최한 이 자리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최중경 한미협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한국의 생산 역량과 미국의 첨단 기술력이 결합하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한국이 경제 및 산업의 핵심 협력국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했다. 또한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양국의 산업 협력이 전략적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조선 및 방산 분야의 전문가들은 미국 군함의 노후화와 건조 능력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유지·보수·정비(MRO)와 건조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제시했다.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과의 MRO 협력은 전시에 미국 본토로 돌아가지 않고도 신속하게 전투함을 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존스법 폐지를 통해 건조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우만 HD현대중공업 상무는 "미 해군의 30년간 364척의 신형 함정 건조 계획은 도전적인 과제"라며, 미국 함정의 MRO 지원과 건조 협력이 미 해군의 전투 준비태세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대미 수입 확대와 원자력 협력 강화가 주요 논의 주제로 떠올랐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미국의 LNG는 과잉 상태"라며, 한국이 수입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크 메네즈 미국에너지협회 회장은 한국이 LNG를 전량 수입하는 상황에서 미국산 LNG 수입 확대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올해 초 체결된 원자력 협력 MOU를 통해 양국의 원전 수출과 기술 협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원자력 분야는 양국의 공동 에너지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및 반도체 분야에서는 AI 파운데이션 모델 협력과 응용 서비스 강화를 강조했다. 김창욱 BCG MD파트너는 "미국이 선도하는 AI 모델을 한국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며, AI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때 비용 분담이나 GPU 임대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마이크 예 마이크로소프트 정책협력법무실 아시아 총괄대표는 한국이 AI 학습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주요 공급국임을 강조하며, 반도체 제조업체들과의 협력이 AI 기술의 확산 속도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LNG, 조선, 항공우주, 반도체 등 전략 산업 중심의 한미 산업 협력 확대는 지속 가능한 통상 환경 조성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비관세 장벽 해소와 규제 개혁이 양국 간 무역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라고 언급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한미 간 산업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글로벌 관세 전쟁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양국의 협력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양국의 기업들은 상호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고,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힘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넘어 지속 가능한 발전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 강화를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