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황수민 기자] 편의점들이 패션, 뷰티, 문화 콘텐츠까지 아우르며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취향 기반 소비 트렌드와 경험 중심 유통이 부상하면서 정체된 성장 국면을 돌파할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 나선 것이다.
◇편의점 성장 멈췄나···지난해 점포수 첫 감소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월 편의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달 대비 4.6% 감소했다. 지난해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의 전체 점포 수는 5만4852개로 2023년(5만4480개)보다 0.1%(28개) 줄었다. 수치상 감소 폭은 작지만 주요 편의점 브랜드의 합산 점포수가 감소한 것은 1988년 국내에서 편의점 영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편의점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 연간 기준으로 처음 대형마트를 제치고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 비중 2위에 올랐다. 이후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줄곧 2위 자리를 유지하다 지난해에는 1위인 백화점까지 넘볼 정도로 몸집을 불렸다.
지난해 백화점 매출 증가율이 1.4%에 그친 반면 편의점은 4.3%를 기록하며 업계 안팎에선 편의점 매출이 백화점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성장세가 꺾이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남성현 IBK 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출점한 점포 효과로 편의점 점포 증가율은 0.9%를 기록했지만 실질적으로 출점을 통한 성장 여력이 낮아지고 있다”며 “편의점은 상대적으로 명절 효과가 작고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매출 감소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 산업 성장이 제한되는 구간에 진입했다고 의심할 필요도 있다”고 분석했다.
◇문화부터 K-팝까지···‘경험 소비’ 트렌드 공략
정체기에 접어든 편의점 업계는 비(非)식품 중심의 새로운 수익 모델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주 고객층인 MZ세대를 겨냥해 문화, 패션, 뷰티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자사앱 우리동네GS에서 ‘생활&문화’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음반, 전시, 공연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다루며 고객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겠다는 전략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GS25는 편의점 그 이상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문화 콘텐츠 유통 채널로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고객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차별화된 마케팅 활동을 지속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걸밴드 QWER과 협업해 한정판 스파클링 와인을 출시했다. MZ세대 사이에서 소셜 미디어가 보편화되면서 K-팝 시장에서도 비주류였던 ‘서브 컬쳐’가 고유한 소비문화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이번 상품을 기획했다.
롯데 계열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말부터 아이돌을 테마로 ‘이펙스’(EPEX), ‘씨아이엑스’(CIX), ‘에스에프나인’(SF9),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등의 음반과 매거진을 선보이는 팝업 이벤트를 잇달아 열었다. 팬덤 문화를 겨냥해 전통적인 먹거리 채널에서 일상생활 문화 플랫폼으로 저변을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올리브영·다이소 겨냥?···패션·뷰티까지 접수
패션과 뷰티 영역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GS25는 무신사와 협업해 지난달부터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 상품을 판매 중이다. 지난 10일부터는 무신사의 메이크업 브랜드 ‘위찌’(WHIZZY) 색조 화장품 테스트 판매도 시작했다. 지난해 기초 화장품 판매를 강화한 데 이어 색조 화장품까지 영향력을 넓히는 것이다.
CU도 지난해 9월 화장품 브랜드 엔젤루카와 손잡고 세럼, 물광팩, 수분크림 등 소용량 기초 화장품 3종을 선보였다. 이들 상품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 1월 기준 3만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색조 화장품까지 라인업을 확장했다.
실제 CU의 전년 대비 화장품 매출신장률은 2022년 24.0%, 2023년 28.3%, 지난해 16.5%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스킨·로션류 매출은 29.7% 증가하며 전체 화장품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세븐일레븐은 편의점이 근거리 쇼핑채널로 발전함에 따라 중점 상품인 푸드 카테고리에 더해 미래 성장을 주도할 카테고리로 패션과 뷰티를 선정했다. 패션·뷰티 카테고리 상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10월 전담팀 세븐콜렉트팀을 신설하고 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 9일에는 자체 브랜드(PB) 패션 상품 ‘세븐셀렉트 티셔츠’를 출시했다. 이달 중 ‘세븐셀렉트 컬러팝 삭스’ 8종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접근성과 유연성 측면에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주 고객층인 MZ세대를 겨냥해 취향·경험 중심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올리브영과 다이소의 영향력도 의식한 전략적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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