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하루 1시간씩, 단 7일간 찬물에 몸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세포의 스트레스 대응 능력이 높아지고, 손상된 세포를 스스로 회복하는 반응이 촉진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는 캐나다 오타와대학교 인간환경생리연구소(HEPRU)에서 진행됐으며, 논문은 지난 4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바이올로지(Advanced Biology)』에 게재됐다.
◆ 세포 청소 기능 '오토파지‘가 활발해진다
연구팀은 건강한 20대 남성 10명을 대상으로, 섭씨 13~15도의 찬물에 매일 1시간씩, 7일 동안 냉수욕을 실시하도록 했다.
이후 채취한 혈액을 분석한 결과, 세포 내부에서 손상되거나 불필요한 물질을 스스로 분해하는 '오토파지(autophagy)' 작용이 시간이 지날수록 활성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토파지는 세포 내부의 청소 시스템으로, 이 기능이 활성화되면 세포 노화가 늦춰지고 면역과 대사 균형 유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초기에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세포를 제거하는 ‘세포 사멸(apoptosis)’ 반응이 증가했지만, 며칠이 지나면서 이 반응은 줄어들고, 세포를 보호하고 회복하는 방향으로 반응이 전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종료 시점에는 세포가 찬 환경에 버티는 능력, 즉 ‘냉각 내성(cold tolerance)’도 눈에 띄게 향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 회복력을 끌어올리는 짧은 냉수욕
연구팀은 반복적인 찬물 자극이 세포의 회복력과 스트레스 대응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타와대학교 인간환경생리연구소 소장이자 이번 연구를 이끈 글렌 케니(Glenn Kenny) 교수는 "냉수 노출이 세포 보호 기능을 강화하고, 건강과 수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반복된 적응 과정을 통해 세포가 극한 환경에서도 버티는 힘이 높아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켈리 킹(Kelli King) 박사도 "신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적응했고, 세포 수준에서 노화를 늦추고 질병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연구는 참가자가 모두 젊고 건강한 남성이었고, 실험도 정밀하게 통제된 실내 환경에서 진행됐다는 점에서 해석에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실제 야외 환경이나 다양한 연령·성별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상쾌함을 주는 냉수욕이 세포 깊은 곳에서 회복력과 적응력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이번 결과는, 생활 속 단순한 물리적 자극도 세포 건강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복적인 물리 자극이 신체 기능 향상과 질병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냉수욕의 생리학적 효과를 규명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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