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서 조기 대선이 공식화됐다. 정부는 윤 전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차기 대통령 선거를 오는 6월 3일(화요일)로 확정했다.
여권은 정권의 중심이 무너진 가운데 불리한 상황이며, 야권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대권 주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격변 속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투데이신문은 정치평론가들에게 현재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분석을 의뢰했다. 이에 대선주자들의 강·약점, 극복할 과제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언론인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국회의원과 국무총리를 거치며 풍부한 정치·행정 경험을 쌓아왔다. 신중하고 안정적인 리더십·정제된 언변은 그를 국가 지도자의 대안으로 부각시켰고, 한때 대선주자 지지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당내 기반 약화와 대선 경선 패배, 전략 부재 등이 겹치며 점차 주도권을 상실했고, 존재감 또한 희미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개헌론을 내세워 정치적 복귀를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반향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그의 풍부한 국정 경험과 중도적 이미지가 위기 국면에서 안정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독자적인 대선 행보보다는, 탄핵과 비상사태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정국 재편 과정에서 범야권 내 일정한 역할을 모색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록 대권 주자로서의 재부상은 쉽지 않더라도, 중도와 합리를 상징하는 인물로서 새 정치 구도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기대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한때 대권주자 1위...‘안정감’ 주는 정치인
<투데이신문> 이 정치평론가 5인의 분석을 취합한 결과, 이 전 총리의 가장 큰 강점은 ‘탁월한 언어 감각’과 ‘안정적인 행정능력’으로 평가됐다.
이 전 총리는 기자에서 시작해 입법부, 행정부, 당 지도부까지 두루 거친 보기 드문 정치인이다. 국회의원 5선, 전남도지사, 국무총리, 민주당 대표에 이르기까지 주요 정치 경로를 거의 모두 경험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국무총리를 맡아 2년 7개월간 재임했다. 역대 최장수 총리로서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행정 운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위기 상황에서도 누구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해 수첩에 상황을 꼼꼼히 메모하는 ‘현장형 행정가’로서의 모습은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언론인 출신답게 언어 감각도 뛰어나다. 총리 시절 연설문을 직접 손질하며 단어 하나, 문장 구조 하나까지도 세심하게 신경 썼고, 절제되고 정확한 표현은 그를 ‘신뢰의 정치인’으로 만들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 전 총리에 대해 “워딩, 정책 이해도, 안정감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며 “정무적 판단력에서도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안정성, 풍부한 경륜이 강점”이라면서 “강성 정치인이 아니기에 유연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올릴 확장성도 분명있다”고 분석했다.
사면 발언의 후폭풍...“핵심 지지층 신뢰 무너져”
하지만 최근까지 이 전 총리는 정치 전면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상태다. 한때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전국적 주목을 받았지만 지난 2021년 초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당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그 발언은 여권 핵심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왔다. 20% 후반대를 오르내리던 지지율은 급락했고, 4·7 재보궐선거의 참패와 맞물려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시기적으로 진영 대결이 극단화된 상황에서 너무 앞서 나간 메시지였다”며 “핵심 지지층의 신뢰가 그 순간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리는 그해 5월, 광주를 찾아 “국민의 뜻과 촛불 정신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이후 자서전 ‘이낙연의 약속’에서도 “거론의 시기와 방법이 좋지 않았다”고 밝히며 다시 한번 사과했지만, 여론은 쉽게 돌아서지 않았다.
기반 잃은 정치인...호남 민심도 이탈
정치적 실책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22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막판, 이 전 총리는 ‘대장동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에 나섰지만, 결국 이 전 대표에게 패배했다. 이후 경선 결과에 불복하는 듯한 태도로 당내 신뢰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박 특임교수는 “경선 과정에서 대장동 의혹을 내세우고 결과에 불복하는 듯한 모습이 민주당 지지층의 반감을 샀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리에게 마지막 버팀목처럼 여겨졌던 지역 기반마저 흔들렸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당내 갈등을 키운 데다 이후 민주당과의 불화가 이어지며, 호남 지지층의 신뢰까지 무너졌다”며 “총선 패배는 정치적 기반이 붕괴됐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 전 총리는 호남에서도, 민주당에서도, 제3지대에서도 확실한 입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며 “이대로라면 재기의 동력도, 무대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총리 시절의 안정감과 행정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리는 정치 무대의 중심에서 밀려난 상태다.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중도 확장성과 전략적 감각의 부재는 결국 존재감을 잃게 만든 원인으로 꼽힌다.
‘개헌론’으로 존재감 회복 시도…그러나 반응은 미지근
최근 이 전 총리는 대통령 4년 중임제나 내각제 전환 등을 거론하며 개헌론을 들고나왔다. 하지만 이를 통한 존재감 회복은 아직 미지수다.
박 특임교수는 “이 전 총리의 개헌 주장은 이재명 체제 견제를 위한 정치적 카드로 해석되고 있다”며 “민주당 내부의 지지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는 어떤 개헌안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이 전 총리가 개헌론을 통해 중도층 결집을 기대하는 것 같지만, 지금은 사회 전반의 피로도가 높아 정치적 구상이 호응받기 어려운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석을 종합해보면, 이 전 총리가 개헌론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개헌론이 현실적인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대권 도전 가능할까...정치적 연대가 관건
정치는 흐름에 따라 판도가 뒤바뀌는 생물과 같다. 한때 중심에서 멀어진 이름일지라도, 변화의 물결 속에서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한다.
이 전 총리도 마찬가지다.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는 예전만 못하지만, 풍부한 국정 경험과 중도적 이미지, 책임감 있는 리더십은 여전히 정치권 내에서 유효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정치적 기반이 약화된 상황에서 독자적인 대권 도전은 현실성이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오히려 선거 국면에서 조직을 보완하고 중도 외연을 넓히는 조율자 역할이 더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이 전 총리가 이 전 대표와의 정치적 화해를 통해 새로운 정권 창출에 기여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현재 이 전 대표가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이 전 총리와의 협력 제스처는 중도층과 호남 유권자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전 총리의 독자 출마나 제3지대 완주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지만, 탄핵과 비상사태 이후 정국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범야권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중도와 합리를 상징하는 인물로서 새 정권 구상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며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정국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지금, 이 전 총리의 선택과 역할이 단순한 귀환을 넘어 정치 지형의 균형추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권 도전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중도와 통합을 상징해온 그의 정치적 자산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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