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당이 15일 경선 후보 등록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경선 시작 전부터 '한덕수 차출론' 소용돌이에 빠졌다.
현재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대부분 한자릿수에 그치며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한 대행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질적 정권연장을 원하는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한덕수 차출론'의 배후에 있다는 주장과 함께 국민의힘 경선 이후 한 대행과 단일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으며 친윤계를 중심으로 50명이 넘는 의원들이 한 대행의 출마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며 실질적인 추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경선 주자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당 지도부는 서둘러 '추대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지난 14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한 대행이 보수 주자 가운데 가장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한 대행의 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는 모습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의 출마론에 경계감을 보이면서도 "자신 있으면 나오라"며 출마 시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다만, 한 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은 고심하는 모습이다. 출마가 거론되는 시기에 탄핵안을 통과시킨다면 한 대행의 몸값을 올려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국힘 친윤계 50여명 '한덕수 출마' 연판장.. '윤심' 작용?
김종혁 "윤석열-김건희 각본" 박지원 "윤건희 작품.. 대원군 꿈꿔"
국민의힘이 최근 6·3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룰을 발표하고 15일 후보 등록을 마무리하면서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가 시작됐지만 초반 스포트라이트는 경선 출마자들이 아닌 한덕수 권한대행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내 친윤계 의원을 중심으로 '한덕수 차출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범친윤계로 분류되는 성일종 의원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미 우리 당의 정말 많은 의원들께서 한 대행의 출마를 촉구했다"며 "한 대행께서는 이런 국민의 요구에 응답해주시기를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대선 출마를 요청했다.
이미 한 대행의 출마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의원은 50여명에 이르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8명 중 50명 안팎이 한 대행 대선출마 촉구 기자회견을 가지려다 당 지도부의 자제 요청으로 접은 바 있다.
박수영 의원도 14일 TV조선 유튜브방송에서 '한 대행 출마를 요청하는 의원 규모'에 대해 "어제까지 정확하게 54명"이라며 "당직자들은 이런 것을 못하니까 빼고 한동훈 지지자 18명을 빼고 나면 상당수가 한 대행의 출마를 촉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친윤계가 '한덕수 차출론'을 내세우는 배경에는 이른바 '윤심'(윤 전 대통령 의중)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 윤 전 대통령이 한 대행을 통해 당내 영향력을 확보하려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김경율 회계사는 14일 시사저널TV 《김경율의 노빠꾸 정치》에 출연해 "추정컨대 '윤심'의 방향은 한덕수 권한대행으로 정해져 있는 것 같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답을 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답을 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친한계 김종혁 전 국민의힘 조직부총장도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각본을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는 "거대한 음모가 국민의힘 대선 경선판을 뒤덮고 있다. 이른바 1+1"이라며 "베일에 가려있지만 각본을 쓴 건 물러난 대통령과 여사의 측근들일 가능성이 있고 감독은 친윤 지도부, 연출은 일부 찐윤 의원들 그리고 주연은 한덕수 권한대행"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15일 CBS라디오에서 "한덕수 차출론이 아니라 '한덕수 땜빵론'에 불과하다"면서 '윤건희(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소위 궐 밖 정치를 하면서 대원군을 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문수·한동훈·홍준표 등 경선 주자들 일제히 반발
권성동 "컨벤션 효과 기대" → "국힘 경선 출마 안할 것"
권영세 "특정인 옹립하는 일 없을 것"
당 지도부도 '한덕수 차출론'에 대해 초반에는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한덕수 차출론'에 대해 "경쟁력 있는 후보가 우리 당 경선에 많이 참여하는 것은 컨벤션 효과도 높이고, 국민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게 돼 나쁘지 않다"며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도부가 한 대행의 출마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자 경선 출마자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15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선하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땐 조금 맥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같은날 CBS 라디오에서 "국민들이 '특정한 분을 모셔 와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 아니라, 일부 의원들이 '이건 어떠냐'며 바람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거칠게 비유하자면 '테마주 주가 조작' 같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 전 대표는 "과거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띄울 때도 그랬고, 지금은 또 다른 인물을 거론한다. 이런 흐름은 패배주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후에 보수 기득권 세력의 패배주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기려는 생각인지, 목표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연명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5년을 총리로 하시면서 당과 함께 손발을 맞춰 오셨던 분을 외부 인사로 볼 수 없다"라며 "(대선에 출마하려면) 경선에 참여하는 결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14일 CBS 라디오에서 "몇 명이 연판장을 받고 돌아다닌 모양인데 철딱서니 없는 짓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홍 전 시장은 "탄핵당한 윤석열 정권에서 국무총리를 하신 분이 다시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오면 국민이 납득하겠나"며 "(추대론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선을 하는데 다른 이야기를 하는 자체가 당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해보지도 않고 지금부터 제3지대를 얘기하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YTN 라디오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이 이 부분을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우리가 너무 흔들고 있지 않나"라며 '한덕수 차출론'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반대 목소리가 강하게 터져 나오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한덕수 차출론'이 불거지자 당내 경선에 불참하는 등 당내 혼란이 극심해지자 당 지도부는 뒤늦게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은 국민의힘 경선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추가적인 출마설 언급은 경선 흥행은 물론, 권한대행의 중요 업무 수행에 도움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경선의 성격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법의 심판을 받았다. 이제 국정 파괴 주범인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을 차례"라고 강조했다.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직접 확인한 건 아니고 여러 루트를 통해서 경선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14일 비대위 회의에서 "모든 후보는 같은 출발선에 서야 하고, 같은 기준 아래 경쟁해야 한다"며 "특정인을 옹립하는 일도, 누구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 "자신 있으면 나오라…양파 벗기듯 검증".. 탄핵은 고심
민주당은 한 대행의 출마를 '땜빵 주자', '떴다방 후보'가 될 것이라면서 평가 절하했다. 그러면서 자신 있으면 출마를 선언하라며 철저한 검증도 예고했다.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이 전날(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불참한 것에 대해 "내란수괴를 대행하느라 그런지 한덕수의 안하무인격 언행마저 윤석열을 쏙 빼닮았다"며 "헌법과 법률도 무시하고 국회를 무시하는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에서 추대설이 솔솔 나오니 제대로 '난가병'(다음 대통령은 나인가라는 뜻)에 걸려 국회를 무시하기로 한 것이냐"고 꼬집었다.
박성준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한 권한대행을 향해 "자신 있으면 나오라"며 "언론과 국민이 한 총리를 양파 껍질 벗기듯 하나하나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을 위해선 온갖 불법을 신속히 결정하고 단행하더니 선거에 나올 배짱은 없느냐"며 "불나방 같은 '떴다방' 후보들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차고 넘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권파 꼬임에 넘어가 이용당하는 신세가 될 것이지만 출마해야겠다면 시간 끌지 말고 당장 출마하라"며 "내란 대행의 실체가 그대로 드러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송재봉 의원도 "한 대행이 할 일은 하지 않고 '난가병'('다음 대통령은 나인가'라는 의미)에 걸려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며 "대권 행보를 위해 국정을 이용하는 행태는 용납되지 않는다. 탄핵 사유도 차고 넘친다"라고 비판했다.
다만, 한 대행에 대한 탄핵 절차는 고심하는 모습이다. 출마설이 거론되는 중에 탄핵절차를 밟는다면 한 대행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심이 내부에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에 대해 "의사일정을 보면 목요일까지 본회의가 잡혀 있기 때문에, 역순으로 보면 결정 시점은 임박한 상태"라며 "최종 결정은 아직 안 됐다"고 말했다.
노 대변인은 "내일(16일) 오전 늦게까지 발의가 안 되면, 탄핵 추진은 사실상 안 하는 것"이라며 "입장 정해도 막판까지는 안 낼 거고, 내일 오전쯤 자연스럽게 입장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덕수, 보수 후보 중 2위.. 양자대결 경쟁력은 가장 높아
국힘 경선 후 단일화 '빅텐트' 시나리오도 거론
당 지도부가 서둘러 '한덕수 차출론'에 선을 그었지만 한덕수 출마론은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는 모습이다.
이는 지난 14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한덕수'의 경쟁력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의뢰한 리얼미터 여론조사(9∼1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천506명·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 포인트)에서 한 대행의 대선후보 적합도는 8.6%로 김문수 전 장관에 이어 보수진영 2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와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김문수·한동훈·홍준표 등 보수 후보들보다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 대행이 다음 달 3일 국무총리에서 사퇴해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하고, 이후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단일화에 나서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현재로서는 이재명 전 대표에 맞설 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에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빅텐트'가 필요하고 여기에 한 대행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한 대행의 경선 불출마를 언급한 권 원내대표가 한 대행의 무소속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제가 언급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시나리오에 힘을 싣는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당에서 하는 경선은 눈가림이고 실제 판은 배후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결정하시겠다는 것"이라며 "한덕수를 사퇴시켜 무소속 후보로 밖에서 대기시키다 국민의힘 경선후보가 선출되면 통합을 명분으로 재경선을 요구해 한덕수를 후보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결선투표라는 꼼수를 동원하고도 한동훈이 이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김문수, 홍준표, 나경원 후보에 대한 믿음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결국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를 등장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시나리오가 존재하더라도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내 2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된 상황에서 외부 인사와 단일화를 시도한다면 당의 존립기반을 흔드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전 대표는 15일 CBS라디오에서 "원칙적으로 보수 진영 내 다양한 인사들과 연대하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우리 당의 경선 자체를 희화화하거나 단일화를 전제로 하는 방식이라면 찬성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경선에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음에도 밖에서 기다리다가 붙이면 된다는 건, 국민의힘의 이점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일이고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한 대행의 출마 자체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한 권한대행이 아무리 훌륭한 자격과 인품을 갖췄다고 해도 이 시국에 대통령 권한대행을 차출한다는 건 선거도 망치는 일이고 국민의힘의 정당민주주의도 망치는 일"이라며 "국민을 어떻게 보길래 그런 발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덕수 선택은? "출마 가능성 99.9%" "출마 않을 것".. 의견 분분
한 대행이 실제로 대선에 출마할 것인지를 놓고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성일종 의원은 14일 KBC뉴스 인터뷰에서 "굉장히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고민의 시간이 끝나면 출마 결심이 설 것으로 생각한다"며 "(출마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영 의원은 15일 채널A라디오쇼에서 "한 대행과 교감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며 "(출마 가능성은) 65%까지 왔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한 대행이 '조기 대선의 디귿도 꺼내지 말라'고 말씀하시다가 '고민 중이다' '결심이 되면 알려주겠다'며 뉘앙스가 상당히 바뀌고 있다"며 "출마 결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지지율, 사퇴의 가장 큰 원인도 지지율이다"라는 말로 보수진영 1위 지지율이 한 대행을 끌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곽규택 의원은 같은날 MBC라디오에서 "한 권한대행께서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며 "권한대행 자리에서 물러나 대선에 뛰어든다면 국민들이 장점으로 삼고 있는 부분들이 상쇄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 의원은 "권한대행 역할이 막중하고 통상전문가, 외교, 행정에 대해 굉장히 경험이 많으신 분이기 때문에 국민들께서 그 부분을 높이 평가해 대통령감으로 좋은 것 아니냐는 지지세가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 평론가들은 한 대행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과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15일 CBS라디오에서 "99% 나올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김준일 평론가는 "공직자로서의 커리어가 끝난데다 국민의힘 의원 다수가 출마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 나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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