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고예인 기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맹렬한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HBM의 견고한 수요로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모두 HBM 비중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선 올해 마이크론까지 합친 3사의 HBM 물량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메모리 반도체 마이크론은 최근 고객사 확보, 생산 거점 확대, 전문 인력 모집 등 HBM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방위적 전사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최근 마이크론은 엔비디아로부터 HBM3E(5세대) 12단 제품의 퀄(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 울트라(GB300)'에 탑재할 제품 양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HBM3E 12단의 대량 양산을 시작했으며, 올 하반기에는 출하량의 대부분을 해당 제품이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HBM3E 12단은 엔비디아의 GB300에 맞춰 설계됐다"며 "우리는 HBM에 대한 고객 인증에서 좋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미 엔비디아에 HBM3E 12단 퀄 인증을 마쳤으며 실제 공급을 위한 '대량 양산' 단계까지 접어들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로써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에 이어 현재 시장 주류 제품인 HBM3E 12단을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두 번째 업체가 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부터 해당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했으며 삼성전자는 아직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한미반도체 등으로부터 HBM 생산의 핵심 장비인 TC본더를 대량으로 사들이며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한미반도체로부터 지난해에만 30대가 넘는 장비를 구매했으며 올 상반기 구매량은 지난해 주문량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된다.
D램 시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HBM 호황에 힘입어 삼성전자(34%)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36%)를 차지했다. 마이크론은 25%를 기록했다.
특히 마이크론과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D램 점유율 격차는 16.9%포인트였으나 올해 1분기에는 9%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이 역시 마이크론이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업체들에 HBM3E 8단을 공급하는 등 HBM 영향력을 키웠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마이크론이 삼성전자를 따돌리는 동시에 SK하이닉스의 1등 지위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이크론은 HBM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생산 인프라 확대에 속도를 내고 글로벌 생산 거점 확장에도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현재 대만 타이중 공장에서 HBM을 생산 중인 마이크론은 지난해 8월 인수한 대만 디스플레이 기업 AUO의 공장 2곳을 HBM 생산을 위한 D램 기지로 리모델링을 마친 뒤 올해 가동에 나설 계획이다.
또 싱가포르, 미국 아이다호주와 뉴욕에도 공장을 증설 중이다. 아울러 일본 히로시마에 짓고 있는 HBM 등 D램 생산공장도 당초 목표했던 2027년 가동 계획을 1년가량 앞당겼으며, 첨단 제품 생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장비도 6월 도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캐파 확대 외에도 제조 장비, 인재 수급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편 아직까지 엔비디아 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삼성전자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 인력을 메모리 사업부로 배치하며 HBM4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1c 공정 기반 HBM4를 선보이고, 메모리·로직·패키징을 결합한 '턴키(turn-key) 솔루션'을 통해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지난 달 19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HBM3E 공급은 지난해 대비 상당 수준 늘어나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차세대 제품인 HBM4와 커스텀 HBM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마이크론의 HBM 시장 점유율이 낮았던 것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캐파 때문일 수 있다"며 “마이크론의 공세에 따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3사 간 기술력과 생산 효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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