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글로벌 관세 정책 변화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수급난의 영향으로 국내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자원인 GPU 확보가 국가적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학계에서는 인프라 부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는 5만장 규모의 GPU 확보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는 전력과 부지 확보 등 문제를 거론하며 실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의 ‘2025년도 핵심과제 3월 실적 및 4월 계획’ 대국민 브리핑에서 유상임 장관은 ‘범부처 기술사업화 생태계 구축’과 ‘AI 인프라 확보’를 강조했다.
이튿날인 8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최상목 장관도 경제관계장관 간담회에서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약 3~4조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GPU 확보 문제를 비롯한 국내 AI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하루만에 뒤바뀌는 사례가 반복되고 정부 예산 집행이 지연되면서 고성능 GPU의 공급 불안은 국내 AI 산업의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AI 모델 학습에 필수적인 GPU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급 지연 시 발생할 기술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최대 GPU 제조사인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기반 데이터서버 제품 중 약 절반 가량이 트럼프 정부의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엔비디아는 AI 팩토리를 중심으로 한 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 코리아 관계자는 “AI 팩토리는 기존 데이터 센터와는 차원이 다른 대규모 데이터 처리 능력을 요구한다”며 “엔비디아는 실리콘 포토닉스를 스위치에 직접 통합해 하이퍼스케일 및 기업 네트워크의 한계를 돌파하고 수백만 개 GPU가 협업하는 AI 팩토리를 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도 GPU 확보 문제가 비단 업계에만 체감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윤성로 교수는 연구비는 정부와 국회에서 지원해 AI 관련 연구비가 상당히 늘어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지만 학교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연구비는 예전에 비해 많이 늘었지만, 정작 GPU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정부에서 GPU를 사서 공유하자고 하지만, 대학 내 자원 통합과 공동 활용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최첨단 AI 연구는 GPU 활용률이 대부분인 만큼 클라우드보다 자체 GPU 서버 운용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 역시 GPU 문제 해결을 포함한 AI 산업 육성에 뛰어들었다.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차기 대선 첫 공약으로 AI 산업에 1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로 ‘K-AI’ 기반을 조성하겠다며 대통령직속기구 개편, AI 전문인재 양성, 인공지능 챗봇 무료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퓨리오사AI를 방문한 자리에서 “글로벌 AI 허브 조성을 위한 국가 AI 데이터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최소 5만장의 GPU를 확보하겠다”며 “AI 전용 NPU(신경망처리장치) 개발과 실증에도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에서도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과기부가 지난 2월 발표한 GPU 확보 계획은 연내 1만장에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총 1만8000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여전히 추경 편성과 전력·부지 확보 여부에 따라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총 1만8000장의 GPU를 신속하게 확보해 기업과 연구기관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월드 베스트 LLM’ 프로젝트를 통해 최정예 팀에 인재와 자원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H200 GPU 확보는 가능하지만 전력 수급과 부지 확보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산업부 및 국토부와의 협의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