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정주희 기자] 한화그룹 경영 승계가 본격화되면서 차남 김동원 사장이 이끄는 한화생명이 그룹 금융 부문의 ‘핵심 연결고리’로 주목받고 있다. 지주사 전환과 금융 계열사 분리 문제 등 굵직한 과제를 앞두고 김 사장의 리더십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을 세 아들에게 증여하며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냈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에너지·방산 부문을, 차남 김동원 사장은 금융 부문을, 삼남 김동선 부사장은 유통·레저 부문을 맡으며 3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이 중 김동원 사장이 이끄는 한화생명은 한화그룹의 대표 금융 계열사다. 이번 증여에서 그에게 ㈜한화 지분 3.23%가 배정되면서, 김 사장이 그룹 금융계열의 지배력 중심에 서게 되었음이 다시금 확인됐다.
김 사장은 1985년생으로, 미국 보스턴칼리지와 스탠퍼드 MBA를 졸업하고 2014년 한화생명에 입사했다. 전략·기획을 거쳐 2021년 대표이사에 올랐으며, 이후 디지털 보험 확대, 해외 투자 강화, 스타트업 협업 등으로 체질 개선에 주력해왔다. 실적 측면에서도 최근 2년간 수익성 회복세를 보이며 리더십 안정성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승계로 인해 김동원 사장은 단순한 CEO의 역할을 넘어, 그룹 전체의 금융 전략과 지배구조 개편을 주도해야 하는 위치에 올랐다.
한화그룹은 중장기적으로 ㈜한화를 지주회사로 공식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금융 계열사를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한화생명을 비롯한 금융 계열사의 구조적 분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경우 ▲물적 분할을 통한 별도 금융지주회사 설립 ▲계열 분리 방식 등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김동원 사장이 이끄는 금융 부문에 중대한 전환점을 예고한다. 특히 금융회사는 공공 자금을 운용하는 특수성으로 인해, 금융당국과 시장은 ▲오너 일가의 직접 경영 ▲이사회 독립성 ▲리스크 관리 체계 등을 특히 민감하게 지켜본다.
현재 김동원 사장이 한화생명뿐만 아니라 한화투자증권, 한화손해보험 등 그룹 금융 계열사의 의사결정에 직접·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일각에서는 ‘사적 지배력 우려’ 또한 제기된다.
또 이번 증여에서 나타난 한화에너지를 통한 간접 지분 구조에 대해 ‘지분 우회 지배’ 논란도 완전히 피해가긴 어렵다는 평가다. 세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 22.16%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화생명의 향후 독립성과 수익성 확보는 단순한 경영 성과를 넘어, 그룹 승계의 명분과 투명성 문제로 직결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은 김승연 회장의 장기 승계 전략에서 중심 연결고리 역할을 해 왔다”며,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해 독립 이사회 구성 등 제도적 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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