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정부가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식품기업들의 가격 인상 추세에 칼을 빼들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앞서 이달 초 가공식품 물가 인상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담합 적발 시 엄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대적인 조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상 과정 간 담합이 있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어 업계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반면 기업은 이 같은 정부의 시선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원부자재 가격, 인건비 등이 오르는 상황에서도 버텨낸 끝에 인상을 결정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업계는 대체적으로 결백을 주장하지만 정부는 아직 의심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5개 기업에 담합 관련 조사 실시
지난 7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 간부회의를 통해 민생 관련 물가 인상에 기업 간 담합이 있었는지 철저히 감시하라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시사항을 전달한 바 있다. 기업 간 가격 인상 전 사전 협의 여부에 대해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농심 △롯데웰푸드 △오리온 △해태 △크라운제과 본사에 조사관을 파견했다.
식품업계는 가격 인상 시점이 비슷한 것에 초점을 두고 정부가 조사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들어 식품 업계에서는 담합을 통해 얻는 실익도 없어 불가능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조사관이 파견된 한 업체는 오히려 그동안 가격 인상을 제일 먼저 시행해 왔기에 불공정 행위와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체 또한 공정위가 자사에 조사관을 보낸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정부 조처에 일각에서는 기업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기업마저도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정부, ‘엄단’ 채찍에 ‘할당관세’ 당근?
정부가 공정위에 담합 의혹 관련 집중 감시를 지시하는 한편 일부 수입 원재료에 할당관세를 적용하면서 기업에 물가 안정화 협조를 요청했다.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원료육(돼지고기)1만t과 계란 4000t에 긴급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긴급 할당관세는 수급 불균형 혹은 가격 급등으로 특정 품목의 물가가 불안정할 경우 일정 기간 동안 관세율을 인하하거나 0%까지 낮춰 수입을 유도하는 제도다.
정부의 결정에 업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처럼 환율과 대외정세가 불안정할 경우 원부자재 수입에 어느정도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이 존재한다.
반대로 장기적인 여파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 근시안적 대책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이슈와 고환율 상황과 관련해 추가적인 여파에 대응이 힘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기습적인 가격 인상에 타격을 받아온 소비자들은 일단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소비자 단체에 따르면 정부의 대책이 늦은 감이 있지만, 국정 공백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처 방안을 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원하는 건 가격 변동이 있더라도 장기적인 물가 안정 방안이 우선적으로 필요해 기업과 소비자 사이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이사장은 “기업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겠지만 정부의 계획과 행동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정부와 기업 모두 물가를 조절해야 하는 책무를 가진 만큼 양쪽의 역할이 중요시 되는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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