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명품 플랫폼 '발란'이 최근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며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특히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로 불리는 명품 플랫폼 3강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생존 전략과 재무 건전성을 앞세운 각 사의 움직임도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머스트잇 "내실 강화 집중, 반등 준비"
14일 머스트잇은 보수적 재무 전략과 유동성 중심 운영 기조를 바탕으로 내실 강화에 집중하며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머스트잇에 따르면 2024년은 외형 확대보다는 고정비 효율화와 정산 안정성 확보에 초점을 맞춘 체질 개선의 시기로, 장기적 수익성과 안정적 운영 기반을 마련해 왔다.
머스트잇 관계자는 "금번 공시된 2024년 재무제표에는 동 기간 손실이 반영돼 있으며, 이는 재고자산 정리와 임대차 조정 등 일회성 요인에 따른 비정기적 손실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 머스트잇
2024년 상반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로 고정비 부담이 일시적으로 확대됐으나 이후 전사 차원의 선택적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효율화가 추진됐다는 설명이다. 덕분에 지난해 말 기준 자산 총계는 약 110억원이며, 이 중 약 83억원이 당좌자산(현금 및 외상매출금 등)으로 구성돼 전체 자산의 99% 이상이 유동자산으로 집계됐다.
특히 같은 시점 기준 예수금은 약 33억원, 유동부채는 약 41억원으로 이에 따른 유동비율은 약 270% 수준이다.
정산 시스템 또한 업계 평균 대비 빠른 주기를 유지 중이다. 머스트잇은 구매확정일 기준 1~7영업일 이내 정산이 완료되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으며, 창립 이후 현재까지 단 한 차례의 지연 사례 없이 일관된 지급 체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수익 구조 측면에서도 플랫폼 단위당 수익성이 확보돼 있다. 거래액 대비 일정 수준의 수수료 및 광고 수익을 유지하고 있으며, PG수수료·광고비·쿠폰비용 등 주요 변동비를 감안하더라도 공헌이익은 안정적으로 창출되고 있다. 마케팅 효율화와 쿠폰 운용 최적화만으로도 손익 개선 여력이 존재하는 구조다.
조용민 머스트잇 대표는 "2024년은 내실 강화와 체질 개선에 집중한 시기였다"며 "정산 안정성과 유동성 중심의 보수적 자금 운용, 고정비 효율화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는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의 외형 확대보다는 운영 효율성과 재무 구조의 투명성을 우선해 왔으며, 이러한 기반 위에서 2026년 이후 새로운 성장 사이클에 진입할 수 있는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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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비 "3월 손익분기점 넘겨...2025년 수익 원년의 해"
또다른 명품 플랫폼 트렌비는 지난달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트렌비는 2024년 4분기부터 영업이익이 가파르게 개선되면서 지난 3월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트렌비는 이익 실현을 목표로 사업구조를 재편해 왔으며, 그 결과 비즈니스 모델 확장과 글로벌 진출 성과에 힘입어 가시적인 성과를 올렸다는 설명이다.
트렌비 관계자는 "트렌비는 먼저 새 상품 판매와 중고 비즈니스 두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셔플(Shuffle)'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새 상품을 구매하려는 고객이 자신의 중고 상품을 트렌비에 판매하고 그 판매 대금으로 다시 새 상품을 구매하는 흐름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 트렌비
특히, 한국에서 가장 큰 정품 감정센터를 설립해 방대한 가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AI 기술을 활용해 3초 만에 정확한 판매 감정가를 제공 중이다. 이러한 기술력 덕분에 중고 명품 시장에서 더욱 신뢰도 높은 거래 환경을 조성해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안심하고 명품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시장에서 역시 안정적인 수익 확장세를 타고 있어 이 또한 흑자 전환의 주요 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트렌비의 해외 사업은 글로벌 플랫폼 '트렌비 닷넷'을 통해 전개 중이며, 오픈 후 초기 3개월간 단숨에 해외 거래액 10억원을 돌파했다. 현재 미국, UAE 등 다양한 국가로 영역을 넓혀가는 중으로 그동안 명품 거래 시장에서 축적해 온 노하우와 기술력이 해외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트렌비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4분기만 해도 -6억8000만원이었으나 4분기로 들어서면서 -1억5000만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영업손실을 차근히 줄여가다가 지난 달엔 영업이익 2000만원을 거두며 첫 흑자를 달성했고, 이번 4월도 흑자를 이룰 전망이다.
트렌비는 이번 손익분기점 달성을 계기로 앞으로도 이익 전환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업계 간 경쟁 활동을 넘어, 자체적인 내실 다지기에 전력을 집중으로써 '서비스 성장'과 '수익 확대' 양대 분야를 모두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트렌비는 최근 2025년 연간 영업이익 목표를 20억 원으로 설정하고 수익 원년의 해를 만들기 위한 연간 로드맵을 완성하기도 했다.
박경훈 트렌비 대표는 "트렌비가 집중해 온 여러 노력들이 결실을 맺으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는 성과를 올렸다"며 "이번 손익분기점 달성은 새로운 도전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고객들과 파트너사 모두에게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명품거래 환경을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트렌비만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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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안심정산' 서비스 제공...정산지연 판매자 지원
한편, 명품 플랫폼의 정산 지연 사태로 피해를 입은 판매자들을 위한 유통사의 대책도 가시화되고 있다.
11번가는 14일부터 최근 명품 버티컬 업체의 정산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빠른 정산을 지원하는 '11번가 안심정산' 서비스를 제공한다.
'11번가 안심정산'은 배송완료 다음날 정산금액의 70%를 먼저 지급하고 나머지 30%의 정산금액은 고객이 구매확정한 다음날에 지급하는 빠른 정산 서비스로, 지난해 8월 이커머스 업계 정산지연 사태를 겪은 소상공인들을 위해 처음 선보였다. '11번가 안심정산'을 이용하면 고객이 결제한 뒤 빠르면 2~3일만에 판매대금의 상당 부분을 미리 받을 수 있어 기존 일반정산 대비 7일가량 정산일이 빨라진다.
11번가는 명품 버티컬 서비스 '우아럭스(OOAh luxe)'에 입점한 정산지연 판매자 중 국내사업자로 등록된 판매자를 대상으로 '11번가 안심정산'을 우선 적용한다. 해당 판매자의 등록 상품 중 수입 명품 카테고리 상품을 대상으로, 하루 최대 1000만원까지 빠른 정산을 지원한다.
럭시리패션 우아위크 기획전 이미지. © 11번가
우아럭스에 입점을 희망하는 정산지연 판매자들에게도 '11번가 안심정산'을 추가로 확대한다. 가품 판정 시 결제금액의 100%를 환불하고 100%를 11페이포인트로 적립해주는 '가품 200% 보상제'와 같은 우아럭스의 판매 정책에 동의 시 입점 가능하다.
11번가는 '11번가 안심정산' 외에도 정산지연 판매자들의 상품 판매 활성화를 위해 전방위적인 지원 활동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시선집중 △긴급공수 △타임딜 등 고객 주목도가 높은 판매 코너에 상품을 노출하고, 11번가 신한카드 할인혜택을 추가로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14일부터 20일까지 '럭셔리 패션 우아 위크' 기획전을 열고 해당 판매자들의 상품 노출을 강화한다. '온러닝' '오트리'의 인기 스니커즈를 비롯해 '토즈' '롱샴'의 2025년 신상품 가방, '버버리' '스톤아일랜드'의 봄·여름 시즌 의류 등 인기 명품 400여 개를 엄선해 할인가로 선보인다. 행사 기간 동안 기획전 상품을 대상으로 신한카드 결제 시 7% 할인(최대 20만원) 혜택을 제공한다.
신현호 11번가 패션·뷰티·글로벌 담당은 "명품 버티컬 정산지연 판매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빠른 정산과 11번가 내 상품 노출에 대한 니즈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11번가 안심정산 도입을 비롯한 지원 정책이 판매자들의 원활한 자금 회전에 보탬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11번가는 업계 최고 수준의 정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11번가는 지난 2008년 론칭한 이래 모든 판매자를 대상으로 고객의 구매 확정 후 2영업일 안에 100% 정산을 하고 있으며, 지난 2020년 10월에는 이커머스 업계 최초로 우수 판매자를 대상으로 택배사에 상품을 전달한 다음날 100% 정산금을 지급하는 '11번가 빠른정산' 서비스를 무료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발란의 기업회생 절차를 기점으로 플랫폼 업계는 수익성과 자금 운용의 투명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고도 성장만을 좇던 과거에서 벗어나, 재무 건전성과 정산 신뢰, 고객 신뢰 회복 등이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재정의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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