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에 환율 1,420원대로 ‘급락’···美 경기침체 우려에 달러 약세 지속

▲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서승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이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를 불러오며 달러화가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25.8원 하락한 1,424.1원을 기록했다. 이는 주간 종가 기준 지난해 12월 6일(1,419.2원) 이후 최저치로, 이달 9일 1484.1원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3거래일 만에 60원이 하락한 것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28원으로 출발한 이후 1,431.9원까지 상승했으나, 1,420원대 중반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정규장 마감 이후 1,410원대까지 하락했다.
 
최근 환율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높은 변동성을 보여왔다. 앞서 양국은 서로에 세 자릿수의 높은 관세율을 부과하겠다고 맞서면서 ‘치킨게임’이 격화되는 듯 했으나,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다만,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주춤해졌음에도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며 달러 가치를 끌어내리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미시간대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4월 소비자심리지수 전망치는 50.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월 확정치(57.0)와 비교해 6.2포인트 감소한 수준인 동시에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54.5도 크게 하회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지난 3월 대비 1.7%포인트 상승한 6.7%를 기록했다. 또한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같은 기간 0.3%포인트 상승한 4.4%로 집계됐다.
 
이에 달러화는 안전자산으로서 위상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기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오후 7시 5분 기준 99.97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23년 7월 중순 이후 최저 수준이다.
 
권아민·엄서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전쟁이 격화되며 스위스 프랑, 일본 엔이 강세를 보이는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 중”이라며 “다만, 달러 지수(DXY)는 이른바 ‘달러스마일’ 구도에서 벗어나 하락세”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달러화가 약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골스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계획과 실행 과정은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를 약화시켜 달러화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우리 생각대로 관세가 미국 기업의 영업실적과 소비자의 실질 소득에 부담을 준다면 미국 예외주의를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강달러의 주요 버팀목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달러화가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며 금과 엔화 등의 안전자산으로 위험회피 수요가 몰리고 있다.
 
엔화는 지난주 달러 대비 2.3%나 상승했으며, 지난 11일에는 작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 금 가격또한 지난주 6% 이상 상승했으며, 올해 들어서만 20% 이상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