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도 주전경쟁 중입니다” 전북 베테랑 센터백 홍정호에게 ‘당연한 것’은 없다

전북 센터백 홍정호(아래)가 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제주와 홈경기 도중 상대 공격수 유리 조나탄의 슛을 태클로 막아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매 경기 살아남으려고 노력한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임에도 열정은 아직 식지 않았다. 전북 현대 중앙수비수 홍정호(36)의 의지는 예전 못지 않게 여전히 뜨겁다.

홍정호는 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SK와 ‘하나은행 K리그1 2025’ 8라운드 홈경기에서 풀타임을 뛰었다. 비록 1골을 상대에 내줬으나, 홍정호의 활약은 빛났다. 특히 전반 35분 제주 공격수 유리 조나탄(브라질)이 전북 골키퍼 송범근과 1대1 기회를 맞았을 때 끝까지 유리를 따라가 슬라이딩 태클로 그를 저지한 장면은 백미였다.

어시스트도 뽑았다. 홍정호는 후반 21분 이승우가 올린 코너킥을 머리로 떨궜고, 이를 콤파뇨(이탈리아)가 헤더 동점골로 마무리했다. 전반 21분 유인수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간 전북은 이 골로 간신히 패배를 피하며 6위(3승3무2패·승점 12)를 지켰다.

홍정호는 경기가 끝난 후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질 뻔했던 경기를 비겼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앞으로 승점을 잘 쌓아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30일 6라운드 FC안양전(1-0 승) 후반 43분 교체 투입돼 올 시즌 첫 출전을 이룬 그는 이달 5일 대전하나시티즌전에 선발로 나서 2-0 승리에 기여한 데 이어 제주전까지 3경기 연속 그라운드를 밟았다.

팀의 호조에 힘을 보태고 있으나, 홍정호는 지난 1년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24시즌 19경기 출전에 그쳤고, 가끔 나온 경기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수비가 흔들리자 팀은 10위까지 추락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거스 포옛 감독(우루과이) 체제에서 새 출발한 올 시즌에도 초반 5경기에선 홍정호가 배제됐고, 박진섭, 김영빈, 연제운 조합이 번갈아가며 센터백을 구성했다.

그러나 홍정호는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에 나서지 못해도 꾸준히 훈련장에서 경기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출전 시간을 점점 늘려가고 있다. 포옛 감독 역시 제주전이 끝나고 ‘홍정호를 계속 기용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의 경기력이라면, 예스(Yes)”라고 답하며 그에게 신뢰를 보냈다.



‘겸손’의 마음가짐은 그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2010년부터 8년간 국가대표 센터백으로 활약하며 달게 된 A매치 42경기의 커리어와 2013년부터 3년간 아우크스부르크(독일)에서 뛴 화려한 경력을 스스로 내세우지 않는다. “매 경기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으려 노력 중이다. 경기뿐 아니라 훈련장에서도 간절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전북의 녹색 유니폼을 입고 최대한 높은 곳에서 선수 경력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백현기 기자 [e-mail]